긍정적인 생각 구체적 꿈
“닥터 두기처럼 일기를 쓰고 싶어요!”
90년대 컴퓨터는 매우 비쌌다. 거의 한 학기 등록금 정도 되었다. 공대 선배가 용산에서 조립 PC를 사면 좀 싸다고 도와준다더니 대신 직접 조립하는 것을 배우라고 했다.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알아야 한다는 지극히 공대생다운 생각은 문과생 두 명에게 매우 힘든 과제였다. 그러더니 대뜸 컴퓨터가 생기면 뭘 하고 싶은데, 물었다. 문과생 두 명은 지극히 문과생답게 두 눈을 반짝이며 두기 하우저가 파란 도스 화면에 일기를 쓰던 드라마를 떠올렸다.
<천재 소년 두기> 90년대 초반 추억의 미드가 돌아온다는 뉴스를 보고 90년대의 추억이 떠올랐다. 지금은 누구나 인터넷에 자신의 일기를 실시간으로 올리는 세상이 되었고, 나도 이렇게 매일 일기를 올리고 있다. 그때는 그게 참 신기하고 신기한 일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연습할 때도 매우 정확하고 집중된 상태로 상상하기 전에는 공을 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치 생생한 영화와도 같습니다. 먼저 공이 도착할 곳을 바라봅니다. 그다음에는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그 상상이 끝나고 나서야 공으로 다가갑니다.
- 골프선수 잭 니클라우스
이미지 트레이닝이란, 자신이 생각하는 구체적 목적을 머릿속으로 계속 떠올리며 그 이미지를 실전에 적용하는 상상훈련을 말한다.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이미 100여 년 이상 사용해왔다고 한다.
108배를 시작하고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하고 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이 되도록.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내게는 효과가 더 크다.
예전에 나의 꿈은 3가지였다. 직업 따위가 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구체적인 상황으로 3가지를 얘기했었다. 첫 번째는 방 한쪽 벽면이 모두 책이면 좋겠다는 것. 그 책들은 읽지도 않은 전시용 전집류가 아니라 내가 읽은, 내 손때가 묻은 책이어야 하고, 그중 한 권은 내가 직접 쓴, 내 이름이 박힌 책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 엄마는 책을 많이 사주셨지만 형편상 다 읽은 책은 추억의 외판원 아저씨에게 중고로 넘기고 새 책을 사주었다. 텔레비전에서 외화를 보면 다락방이나 창고에 추억의 물건을 쌓아놓는 것이 그렇게 부러웠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 거의 모든 책을 사서 봤다. 그렇게 모은 책이 이제 한쪽 벽을 넘어 한 방 가득이다. 그리고 이제 곧 내가 쓴 나의 첫 번째 책이 출간 예정이다. (올해는 꼭 나올 거예요!)
두 번째 꿈은 나이 서른 넘어서도 청바지를 입을 수 있는 자유로운 직업이었다. 뭐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꿈꿀 이유는 없었는데... 대학 2학년 때 당시 사귀던 남자 친구와 대학로 모 카페에 앉아서 냅킨에 그림까지 그리며 꿈을 이야기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그때 그 사람은 꿈이 선생이었으나 부모님이 언론인을 원했고, 나는 꿈이 언론인이었으나 부모님은 선생을 원했다. 꽁냥꽁냥 하다 보니 뭐 이렇게 표현이 되었다. 그런데 정작 그의 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가 냅킨에 그렸던 그 사람 방의 그림과 머리가 아플 때면 골목길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뱅이책상을 내놓고 수학의 정석을 푼다는 이야기만 기억이 난다. 머리 아픈데 왜 수학 문제를 풀지, 그것도 문과생이? 하며 신기했고 그 모습이 꽤나 귀여울 거란 생각을 했어서인지 아직도 가끔 그 모습이 떠오른다.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생생하게. 하여간 그리하여 지금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정장보다 청바지가 더 많은 나는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를 원한 것은 아니었고 나는 청바지도 잘 어울리지만 정장이 훨씬 더 좋은데.. 정장 입을 일이 없다!
세 번째는 세계일주였다. 배낭여행을 못 가봐서인지 반대급부로 한 도시에 하루씩 점찍고 돌아다니는 배낭여행 스타일 말고 내가 원하는 대로 머무는 여행일 것, 그리고 세계 일주 전에 국내일주를 먼저 할 것이었다. 한 달에 한 번 한 도시 여행을 5년 정도 하면서 전국의 반의 반도 못 돌았지만 그래도 꽤 많이 다녔다. 출장이 아니고 오로지 내 돈 내고 다니는 진짜 여행으로만. 해외는 산티아고 순례길, 로마, 바르셀로나, 파리, 비엔나, 규슈 등 첫 여행이 48박 49일이었고, 대략 한 도시에서 짧게는 2-3일이었으나 길게는 보름 이상 정주하는 여행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할 테지만 이제는 생각한다. 세계일주는 말고 원하는 도시에서 원하는 만큼 머무는 여행을 하자고.
어쨌든 지금의 나는 어려서 생각했던 구체적 꿈들을 이루며 살고 있구나 싶다. 그럼 앞으로도 구체적으로 꿈을 꾸어야겠구나 하면서. 108배를 하면서 더 또렷하게 내 인생, 내 미래를 설계해야겠다. 우선, 첫 번째는 우아하게 나이 들기! 그러기 위해 운동으로 체력을 평생 직업으로 경제력을 갖추어야지. 두 번째는 한 해에 한 권씩 책을 쓰기! 그것이 꼭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내가 원하는 글을 쓰며 살고 싶다. 그걸로 밥도 먹고살면 금상첨화!! 세 번째는 계속 여행자로 살기. 국내여행도 해외여행도 계속하면 살아야지. 나의 “fog of world”를 가득 채우지는 못해도 우리나라는 꽉 채워 돌아다녀야지. 그 날을 위하여 오늘도 파이팅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