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feat. 별자리)
이탈로 칼비노에 따르면,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
요즘 고전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고전은 축약된 어린이용이었고 거기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엔 너무 어려웠다. 내가 고등학교 올라갈 때쯤 엄마는 <계몽사 어린이 세계명작동화> 120권을 책 외판원 아저씨에게 중고로 팔고 대신 <신편 세계문학전집>을 사주었다. 난 한국 문학 전집을 사달라고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덕분에 그때 그 시절의 세계문학전집 36권이 오롯이 남겨져있다. 요즘 그 책들을 읽고 있는데 번역이 이상한 것도 같아서 새로 사서 비교해보니 어떤 책은 그때 번역이 오히려 좋은 것도 있어서 그냥 읽기로 했다. 의역보다 직역에 가까운 번역이 더 이해하기 편하다.
카페 ‘메종 인디아 트래블 앤 북스’의 명작 클럽에서 처음 읽은 책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였다. 별자리를 좋아하고 오래 공부한 나로서는 소설가의 별자리 차트(natal chart)를 열어보고 별자리가 던지는 인생 질문과 비교해 보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피츠제럴드는 1896년 9월 24일 오후 3:30분 St. Paul, Minnesota에서 태어났다. 태양별자리는 천칭자리고, 달별자리는 황소자리, 동쪽별자리는 물병자리다. <위대한 개츠비>는 피츠제럴드가 자신의 태양별자리, 천칭자리 닉 캐러웨이의 입장에서 달별자리, 황소자리 개츠비의 사랑과 인생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부인, 젤다를 이해하고자 노력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조금 더 어리고 철이 없던 시절, 아버지께서 이런 충고를 해 주셨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 질 때에는 모두가 너처럼 좋은 상황이 아니었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라.”
- 위대한 개츠비 중
위대한 개츠비의 첫 문장은 주인공 닉 캐러웨이가 전형적인 천칭자리로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관계지향적인 천칭자리는 대개 금수저가 많고, 금수저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사물이나 세상, 누군가에 대해 이해할 때 부분이 아닌 전체를 살펴보고 공정하게 판단하고자 한다. <아큐정전>을 쓴 루쉰,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쓴 트루먼 커포티 역시 천칭자리이다. 그들은 모두 한 인물(개츠비, 아큐, 홀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부분을 들추어 전체적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그는 1만 6천 킬로미터 밖의 흔들림까지도 기록해 내는 지진계처럼 자신의 인생에 대한 희망을 감지해 내는 고도로 발달된 촉수를 가진 사람이었다.
- 위대한 개츠비 중
개츠비에 대한 첫 설명부터, 그가 안정을 중시하고 여자와 집을 사랑하는 황소자리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김욱동이 쓴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다>에 따르면 <위대한 개츠비>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집”이다. 집은 황소자리의 주요 키워드인데 개츠비가 왜 데이지를 사랑했는가, 떠올리는 장면을 보면 데이지와 아름다운 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황소자리가 사랑할 때, 돈 많은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에게 돈을 뺀 그 사람은 의미가 없다. 그의 소유인 돈, 재물, 집까지도 모두 그에게 속한 것이다.
데이지는 좋은 집에 살았다. 개츠비는 그렇게 아름다운 집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집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데이지가 그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좋아하게 만들었다.
- 위대한 개츠비 중
이처럼 고전을 읽다 보면 소설가의 별자리와 함께 그들이 던지는 인생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물병자리에 양자리인 나쓰메 소오세키가 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으며 나는 누구인가? 인간으로서 내가 가지는 정체성에 대해서, 사자자리에 황소자리인 올더스 헉슬리가 쓴 <멋진 신세계>를 읽으며 행복이란 무엇인가, 안정과 풍요는 무엇인가. 나는 행복과 안정 중에 무엇을 더 우선시하는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어제는 영화 <기생충>을 다시 보고, 오늘은 한국영화 100년 다큐 원고를 끝냈다. 곧 <백 투 더 북스> 시즌 2를 준비하면서 고전 읽기에 빠져들 것이다. 올해는 영국이니까,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읽어보려 한다.
108배를 하고 아침에 한 시간씩 고전을 읽으려 한다. 아침 루틴이 점점 많아지면서 부담이 될 때도 있지만, 요즘은 108배를 하고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좋다. 바쁜 마감 중에도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그것이 또한 일의 연장이라는 것이. 일하며 놀고, 놀고 일할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오늘 108배를 하면서 내게 물었다.
나는 행복한가?
나는 행복하다!
나는 언제 안정을 느끼는가?
나는 108배를 하며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안정을 느낀다.
답할 수 있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