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15일) 왜 108배인가?

백년허리와 정서적 효과

108배를 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걱정을 한다. 왜 하필이면 108배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첫 번째 무릎, 두 번째 디스크. 일단 무릎에 대해서는 관절이 무리해 소리가 날 정도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절에서 하는 108배는 보통 15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평소에 하지 않던 사람이 한 번에 무리해서 그렇게 빨리 절을 하면 당연히 무리가 갈 것이다. 나는 최소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천천히 하고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최근에 푹신한 매트를 구입해 잘 쓰고 있다. 그 전에도 요가매트에 무릎 부분에는 수면바지를 접어놓고 무릎을 보호했다.


두 번째 디스크를 걱정하며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의 백년허리 운동을 추천한 분이 있어서 찾아봤다. 플랭크를 추천하셨는데 나는 이게 영 안 된다. 재미가 없다. 시도해 본 적은 있으나 꾸준히 할 수 없다면 내게 좋은 운동은 아니다. 그러나 교수님의 허리 자세와 자연의 코르셋을 한 듯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한다는 데는 200% 동의한다. 108배를 할 때 나는 자세를 똑바로 해 허리의 C자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쓴다. 서서, 앉아서, 그리고 엎드렸다 일어나 앉았을 때, 마지막으로 무릎이 아니라 발과 복근의 힘으로 일어나 똑바로 섰을 때, 4번 모두 허리의 C자를 유지한다. 덕분에 내게 없는 줄 알았던 척추기립근이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일어설 때 한 호흡으로 복근에 힘을 주고 일어나니 복근에도 살짝 긴 줄이 보이나 아직 복근이라 말하기는 힘들다. 이것도 천천히 자리를 잡아주면 11자 복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된다.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고 제일 먼저 책상을 바꾸었다. 높이 조절이 되어 앉아서나 서서 일할 수 있고, 모니터를 높여 놓은 비싼 책상. 그러나 실제로 쓰다 보니 서서 일하지는 않는다. 모니터를 높여 놓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니 좀 많이 비쌌다. 그다음 자세 유지에 좋다는 방석과 어깨에 두르는 띠를 샀다. 방석은 그냥 깔고 앉아 있지만 띠는 잘 쓰지 않는다. 하면 좋은데 덥고 귀찮고, 습관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책상 앞에 앉을 때 전보다 허리를 펴고 앉아 있다는 것을 내가 느낀다. 책상 앞에 앉기 전 108배를 하면서 108×4=432번씩 자세 체크를 하면서 허리 C자를 신경 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백년허리를 만들어 줄 것은 플랭크가 아니라 108배가 아닐까?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자기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각자의 몸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108배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면서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의 정서적 측면도 중요하다. 운동의 “재미”라는 것이 결국 정서적 만족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닐까? 또한 그것이 운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오늘 아침 언짢은 메일을 받았다. 급한 일이 있어서 108배 건너뛰고 일부터 하려다 메일을 발견하고 나니 마음이 어지러워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침 7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국 나의 선택은 108배였다. 절을 하며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피차가 잘못한 것이고, 되돌리기에 늦었다. 원하는 대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면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서로의 감정을 더 이상 상하지 않게 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쓰이는 것은 내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108배를 다 하고 나니 결론은 쓸데없이 자존심 같은 거 내세우지 말자는 거였다. 심야식당에서 마스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감은 없으면서 우월감만 가득한 사람이군요.”

“당신이 날 뭘 알아요?”

“쉽지 않죠. 약점을 인정하는 게. 그래도 젠체하고 기다리기만 해 봤자 바뀌는 건 없어요. 좌절해도 되니까 자신한테 솔직해진다면, 머지않아 진정한 자신과 만나게 될 거예요. 랄까?”

- <심야식당> 도쿄스토리 중에서


108배를 하고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마음이 편해졌다.


목과 허리 디스크에도 좋고, 정서적 만족감도 높고, 그래서 나는 108배를 한다!


108배 시즌1 15일 차 _ 2020년 1월 27일

https://brunch.co.kr/@bluetwilight/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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