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14일) 숫자는 힘이 세다

삶의 우선순위

숫자와 점점 친해지고 있다. 아침에 108배를 하면서 숫자를 세고, 다이어리에 그 날의 TO DO를 1, 2, 3, 4... 적는다. 1번은 당연히 108배고 그다음은 모닝페이지다. 읽을 책과 써야 할 글들, 그리고 그 날 꼭 해야 할 일들이 순서대로 적힌다. 다 하고 나면 색연필로 동그라미 치고 줄을 쫙 긋는다. 속으로 미션 클리어(Mission Clear)를 외치면서.


대개의 경우, 하루의 할 일을 다 하지 못한다. 욕심과 의지는 넘치나 게으르다. 시작과 완료 시간을 적어보았더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멍~ 때리는 시간도 많고, 갑작스러운 전화나 중간에 툭 끼어드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 이상은 많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을 적어 놓는 것이 좋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니 손 글씨 쓸 일이 거의 없었다. 한때는 글씨 예쁘다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엉망이다. 처음 모닝페이지 쓸 때 글씨 때문에 화가 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이제 손으로 직접 글씨 쓰는 게 좋아서 일정 정리는 다이어리를 사용한다.


고등학교 때부터였을 것이다. 다이어리에 스티커도 붙이고, 좋아하는 글귀나 시도 옮겨적고 했던 것이. 당시 유행하던 스노우캣 다이어리에는 귀여운 일러스트와 공감 가는 글귀도 있어 좋아했다. 최근 몇 년 미팅용으로만 들고 다녔는데, 작년 12월, (새해 다이어리는 보통 직전 연도 12월부터 시작하는 게 많다) 커피빈에 갔다가 굿즈 다이어리의 보라색에 홀랑 빠져서 산 다음부터 매일 애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스마트해져도 일정관리나 약속 등은 다이어리에 내 손으로 꾹꾹 눌러쓰는 것이 좋다.


숫자를 세고, 순서대로 하루 일과를 해 나가면서 삶의 우선순위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일부터 했고, 무리해서라도 “갑”님의 일정에 맞춰 일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주말에 일해서 월요일까지 원고 넘겨 달라는 “갑”님이 제일 싫다. 자기들 시간 아끼겠다고 내 주말을 빼앗아 가면서 그에 대한 대가는 없다.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알바도 주말에는 비용이 두 배랍니다. 급행료와 주말 비용까지 내시면 가능해요!” 모임도 우선순위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산에 가는 모임과 한 달에 한 번 책 읽는 모임 두 곳으로 정리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살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고전소설을 읽고 이야기하는 <명작클럽>은 메종인디아 트래블 앤 북스에서 진행한다. 어린왕자의 보아뱀과 여우 그림을 지나 가면 행복이 거기 기다리고 있다!
어제는 로맹가리의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계단에 그림 작업을 한 지해옥 작가님도 만나고 나의 멘토인 언니에게 깜짝 꽃선물까지 받아 아름다운 밤이었다.


내게 맞는 루틴을 정하고, 우선순위를 바꾸고, 그렇게 삶에 대한 나의 태도와 자세를 바꾸니 내 삶도 바뀐다.





108배 시즌1 14일 차 _ 2020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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