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27일) 재미와 의무

재미있는 글쓰기

요즘 내가 하는 모든 일의 기본은 재미다. 글 노동자로 살면서 남의 돈을 얻기 위해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런 일이 재미있을 리 없다. 최근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을 선택한다. 대신 일이 적고 그만큼 돈도 적게 번다.


빈 화면과 커서는 아무리 재미있는 글도 압박이다.


한동안 쇼핑홀릭에 빠져 허우적댔다. 그동안 억지로 막아두었던 댐이 무너진 것 같았다. 두 달 동안 자잘한 쇼핑에 쓴 돈이 수백 만원을 넘었다. 가계부를 보고 내가 미쳤구나,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다시 쇼핑 금지를 앞에 써 붙여야 할 지경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이렇게 길게 갈 것을 예상하지 못한 나의 실수다. 코로나 판데믹과 상관없이 그 동안 해왔던 일이 안정되었다고 생각한 것이 두 번째 실수다. 모든 일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날아가버렸다.


가장 큰 문제는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만 해 버릇했더니 그런 일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돈을 받고 쓰는 글에 있어서 그런 일을 맡을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최근 1년 그런 일만 해왔고 그렇게 생각한 일이 올~ 스톱되었다. 나의 잘못은 아니지만 막상 그렇게 되고 나니 막막하다. 다시 재미없는 일도 해야 하나 생각이 슬금슬금 드는데, 세상이 뒤집어지니 그런 일도 거의 없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그냥 또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자. 기다려보자.


아무리 재미있는 일도 막상 글을 쓸 때는 재미보다 의무가 커질 때가 있지 않은가? 매일 108배를 하고 글을 쓴다는 것조차 때로 의무가 되어 재미가 사라지는 순간이 오듯이 말이다.


어쨌든 오늘도 108배를 하고 오늘의 글을 쓴다. 돈을 벌기 위한 글이든 나의 재미를 위한 글이든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것은 재미만큼 의무와 책임도 따르는 법이니까!


108배 시즌1 27일 차 _ 2020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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