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암시민 다 살아진다
한동안 울지 못했다. 애써 참았다. 약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오지 않으니 그것도 참 힘들었다. 가슴이 콱 막힌 듯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가슴을 쳐도 내려가지 않는 뜨거운 덩어리가 있는 것 같았다.
한밤중에 바르셀로나의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눈물이 나오지 않아!라고 말할 참이었는데 언니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마 전 골프를 치러 갔다가 ‘홀인원’한 이야기를 신나게 한다. 언니의 좋은 에너지가 그대로 내게 전해졌다. 두 시간을 통화하면서 눈물 이야기도 하고 요즘 사는 이야기도 했다. 전화를 끊고 기분이 좋아져 왜 울고 싶었는지 까먹어 버렸다.
“살암시민 다 살아진다”
제주도 할망의 말이 떠올랐다. 무언가를 할 때마다 망설인다. 매일 아침 108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날보다 하기 싫은 날이 더 많다. 막상 다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걸 알면서도 시작할 때는 항상 하기 싫어 몸을 비비 튼다. 절을 하다가도 중간에 그만두고 싶어 지는 경우가 많다. 더워서 땀이 줄줄 흐를 때면 더 그렇다. 다 하고 샤워를 하면 얼마나 개운하고 시원할지 알면서도 그렇다.
살다 보면 다 살게 된다. 하다 보면 다 하게 된다. 울고 웃고 화나고 밉고 슬프고 기쁘고 즐겁고 힘들고... 모든 감정들도 지나 보면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든 자양분임을 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자.
108배 시즌1 28일 차 _ 2020년 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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