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애쓰지 않는 삶에 실패했다
오늘 새 노트북을 샀다. 108배를 하다 문득, 오늘은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노트북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이전 노트북이 엘지 그램 직전 모델이니까 8년을 썼다. 배터리 성능이 다 되어 전원을 연결하지 않고는 사용할 수 없고, 키보드의 접촉 불량으로 몇 개의 키가 안 눌리기까지 하니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작업과 미팅, 수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은 더 미루지 말자 싶어 108배를 하고 바로 가전 매장으로 향했다. 요즘 생각이 나면 바로 실행에 옮기려 노력중이다. 미루면 언제 할 지 알 수가 없어서.
노트북 8년이면 오래 쓰기도 썼다. 최근에는 원고를 집에서 많이 쓰고 데스크톱을 주로 사용하지만 그래도 미팅을 해야 하고 급한 수정이라도 들어오면 카페든 길거리에서든 글을 써야 하니 배터리 오래가는 노트북이 필수다. 프리랜서는 사무실을 짊어지고 다녀야 하니까.
가전제품은 10년, 노트북은 3-4년, 스마트폰은 1-2년 정도 될까? 요즘 누가 고장 날 때까지 물건을 쓰나 싶지만 나는 손에 익은 물건이 좋다. 스마트폰도 지금 쓰던 것 이전에 5년 정도 썼다. 배터리만 교체하려다가 동생 때문에 새 스마트폰을 샀다. 새 물건도 좋지만 정이 들고 손에 익숙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게 더 좋다. 내 마음에 들게 세팅하고 길을 들이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20년 동안 같은 일을 하는 것도 그래서일까? 다른 일, 다른 직업을 기웃거려 봤지만 결국 돌아오고 또 돌아왔다. 그냥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다, 생각했다. 오늘 노트북을 사는데 직원이 그런다. “오래 한 가지 일을 해왔다면 그 일을 잘하는 거 아닐까요, 못한다면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요.”
생각해보니 한 번도 작가를 꿈꾸지 않았던 내가 20년 넘게 글을 팔아 밥을 먹고 살아온 것처럼, 108배도 글쓰기도 훈련이 필요한 것처럼 내가 바꾸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다. 올해는 너무 애쓰지 않고 사는 게 목표였는데 실패했다. 일상이 불안하고 자존감이 떨어져서 안 되겠다. 그래서 부지런히 일하는 인간으로 전환 중이다. 역시나 쉽게 전환이 되지 않아 매일 계획표를 수정하고 마감을 딜레이하고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자책하느라 더 시간이 부족하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108배를 안 하면 목, 어깨, 견갑골이 아파서 잠깐이라도 짬을 내 절을 하게 된 것처럼 부지런히 사는 것도 훈련하면 되겠지. 조금 더 시간을 가져 보자/1
108배 시즌1 60일 차 _ 2020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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