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83일] 108배 의외의 효과

인테리어와 다이어트 더하기 빼기 * 무한반복

“절은 스스로 가장 낮은 자세를 취함으로써 세상을 높이는 수행법입니다.

바닥에 이마를 대며 절을 올리는 행위는 스스로 겸손해져 복이 늘어나게 되고

또 모든 존재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길러서 덕성이 커지게 합니다.


예로부터 고마운 분이나 윗사람에게 몸을 굽혀 절을 올리는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절은 모든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입니다.

삶 속에서 위기를 맞이하거나 역경을 만나 지금과는 삶이 달라져야 할 때

혹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자 할 때 백팔 배를 해 보십시오.

삶에서 혼란과 의심이 생기거나 걱정과 근심

분노와 번뇌로 얼룩진 마음을 정화시키고 싶을 때에도 백팔 배를 시작해 보십시오.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질 것입니다.


절을 올리는 행위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성스러운 일이니까

정성스럽게 하면 분명히 이익이 있습니다.”


친구가 108배를 시작하며 올린 정목스님의 108배에 대한 말씀이다.


108배를 시작한 게 1년 전 바로 오늘이었다. 처음 108배를 하고 하루 동안은 허벅지가 뻐근해 일어났다 앉는 기본적인 동작도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 내게 108배는 집콕 생활자의 슬기로운 운동법이었지 수행은 아니었다. 그러나 1년 동안 계속 해오면서 행동이 의식을 몸이 마음을 지배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목 스님의 말씀도 이제는 몸과 마음으로 알겠다.

하루 30분의 명상과 호흡만으로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감정이 누그러지고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의외의 효과로 방청소를 하게 된다.


불멍을 좋아하는 나는 요즘 초를 켜고 108배를 한다. 인테리어 빼기에 성공했으나 도배나 페인트칠이 또 하고 싶다!

혼자 독립해서 살 때 가장 복병이 집안일이었다. 출퇴근하는 데 3-4시간 걸리는 것이 아까워 독립을 했는데 아낀 시간을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데 쓰게 되었다. 밥이야 사 먹으면 된다지만 빨래와 청소는 안 하고 살 수 없다. 아무리 어지르지 않는다고 해도 바닥에 먼지와 머리카락이 쌓이니까 부지런히 닦고 쓸어야 했다.


집에 들어와 살면서 다시 게으른 자로 돌아가 청소를 하지 않는다. 엄마가 있으니까. 집에서 나가 살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108배를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방바닥을 계속 보게 된다. 머리카락과 먼지도 보인다. 청소를 할 수밖에 없다.


108배 효과를 “0.2평의 기적”이라고도 한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으로 유명했다. 절하는 데 필요한 공간은 0.2평이면 충분하다는 것. 그런데 그 효과는 그야말로 기적과 같다는 것. 매일 절을 하다 보니 그 0.2평을 위해 공간을 더 넓게 쓰고 싶어 진다. 침대와 옷장, 화장대 그리고 서랍장으로 가득 찬 방에 요가 매트를 겨우 깔고 절을 하다가 결국 옷장을 버렸다.


사람들이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에 대한 재난지원금을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이 내구재, 가구와 가전제품의 구입이었다고 한다. 일하는 시간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짧아지니 상대적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러다 보니 집안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추위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북유럽의 인테리어가 유명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는 <상실의 시대>로 번역된 하루키의 소설 원제가 “노르웨이의 숲”이냐 “가구”냐 말들이 많았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든 중의적 표현으로 딱 맞는 것 같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그 사람의 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그 안에 추억이 깃들 수밖에 없으니까. 비틀스의 노래 “Norwegian Wood”는 만난 지 얼마 안 된 두 남녀의 하룻밤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방을 보여주며 “멋지지 않아, 노르웨이산 가구야”하는 것이고, 이를 따온 제목의 하루키 소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경험한 주인공이 떠나간 이들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공간에 담긴 기억이라는 관점에서 노르웨이의 숲이든 가구든 혹은 상실의 시대이든 결국 같은 맥락이 아닌가.


어쨌든 108배 의외의 효과 중 하나는 방 인테리어와 청소다. 매일 30분씩 공간을 열심히 보게 되면 바닥의 먼지와 머리카락이 눈에 띄고 0.2평보다 넓은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인테리어도 바꾸게 된다. 작년에 가구 구입을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오히려 있던 가구를 버리고 구조를 바꾸었다. 매트를 깔았다 접어놓으면 널찍하게 빈 공간이 좋다. 인테리어도 글도 더하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힘든데, 결국은 최소한의 것이 최대의 효과를 얻게 한다.


요즘은 절 할 때 촛불을 켠다. 내게 절은 몸과 마음으로 비는 행위고 수행이다. 불멍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맞고 상큼한 레몬 라벤다 향기가 기분도 좋게 한다. 더하고 빼고 다시 더하고 빼고... 그렇게 계속 무한 반복하며 변화하는 것이 삶이요 수행이요 마음이요 108배고 살이다!


108배 시즌1 83일 차 _ 2020년 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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