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84일] 잘하고 싶어서

<홍석천의 운수 좋은 날> 김성수 전 부인 천도재

지금 현재의 순간에 내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에 춤추듯 즐겁게 몰두해야 한다.

그래야 내 인생을 살 수 있다.

- 김정운, <미움받을 용기> 추천의 글 중에서


108배를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브런치는 192일째니까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절을 한 셈이다. 매일 하다 보니 이제 자세는 안정됐고 하지 않는 날보다 하는 날이 좋다. 앞으로 참 오랜 시간 절을 하며 살게 될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내가 과연 108배를 108일 동안 할 수 있을까? 108배에 대한 108가지 글을 쓸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이제 108배는 내 하루의 시작으로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를 위해서 살겠다는 다짐, 오늘 하루를 열심히 정성껏 살겠다는 의식이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으며 내가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내 삶에서도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요즘 “네가 열심히 절을 해서, 아침에 명상으로 시작해서 네가 일이 잘 되는 걸 거야”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사실 아직 일이 그렇게 잘 되는 것도 아니고 하는 일마다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들 어렵다 하니 “코로나 시국에 일은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 답할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의 일이란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만들어야 한다. 몇 달 동안 거의 1년 치 일을 했다. 하루에 2-3건의 미팅을 하고 다니다 보면 글을 쓸 시간이 없어 밤을 새우고,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사건 사고 때문에 깨어있는 시간 내내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들어오는 일을 다 받아서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지만 언제 또 일이 없어질지 모르지 않는가? 여름 두 달은 아예 통으로 놀았고 상반기에도 거의 아르바이트 수준이었다. 게다가 앞으로 코로나가 언제 안정될지 그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그러니 프리랜서 작가인 나는 일이 들어오면 그것이 너무 터무니없는 일만 아니면 다 한다. 최근 하고 있는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도 그랬다. 무속 채널에 제작비도 좀 작지만 그래도 하자 생각했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름 재미도 있었고 배운 것도 많다. 하지만 힘든 것으로 치면 역대 최고였다. 기획부터 말이 많더니 방송 나가는 날까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녹화할 때 누전으로 조명이 꺼지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오디오 채널 교란으로 문제가 되지를 않나, 출연자와 내용 협의하는 통화 하다 차 옆구리를 긁고, 마지막에 자막 문제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욕을 이렇게 먹어 본 것도 처음이다.


홍석천의 운수좋은날_5회_마스터.00_29_45_29.Still005.png
홍석천의 운수좋은날_5회_마스터.00_19_37_12.Still003.png
천도재_4.png
천도재_1.png
<홍석천의 운수 좋은 날> 김성수 전 부인 천도재 방송 캡처 - 제작 과정 중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방송은 의미도 재미도 있었다!

칠 전부터 오른손에 힘이 없고 왼손은 자꾸 저린다. 목디스크가 심해진 모양이다. 추나를 받으러 갔다가 의사한테 혼나고 왔다. 새해부터 절대 밤샘을 하지 않으려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작심삼일! 보도자료 문제와 다음 주 방송분 자막으로 밤을 꼴딱 새웠다. 아침 7시 넘어 잠들었다가 예고 때문에 10시 반에 일어났는데 오후 답사가 취소됐다. 잠이나 좀 더 자야지 했는데 단톡방이 시끄럽다. 자막 문제로 대표가 화를 냈다. 결국 종일 사태 수습하고 여기저기 전화받느라 진이 빠졌다.


초저녁에 잠이 들어 방송시간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새벽 2시가 다되어 깼다. 내쳐 자려고 했는데 잠도 오지 않아 일어나 108배를 하고 모닝페이지를 썼다. 모닝페이지에는 되도록 반성과 후회보다 앞날의 계획과 감사한 것에 대해 쓰고 싶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내가 어디부터 잘못한 거지? 처음 대표 말 안 듣고 고집을 피워 아이템을 바꾼 것, 인터뷰하면서 천도재 솔루션까지 만들어 낸 것, 그것을 다시 키워 통 특집으로 만든 것… 쓰다 보니 이번 방송 회차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쉽게 넘어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욕을 먹고 힘들어야 하지?


https://www.youtube.com/watch?v=4Iay0fdIu7k&t=2511s


내 욕심이 지나쳤을까? 난 그냥 잘하고 싶었다. 잘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는 것, 그것이 내 일이니까. 그러기 위해서 인터뷰하며 출연자를 어렵게 설득했다. 방송작가의 촉이라는 것이 있다. 시청자도 트렌드도 계속 바뀌니까 어떤 아이템이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일단 내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것도 하면서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 과정이야 어쨌든 천도재 방송은 잘 만들어졌다. 그러나 데미지가 크다.


억울하고 화가 난다. 친구 붙잡고 술 마시며 얘기하면 정말 일주일을 해도 끝이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방송은 실패인 것 같다. 유튜브는 방송보다 반응이 빠르다. 방송 시청률보다 유튜브 조회수가 훨씬 더 무섭다. 작년에 콘텐츠진흥원 지원으로 108배 동영상을 만들고, 그와 비슷한 시기에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면서 올해는 나도 유튜브 개인채널을 시작할까 했는데, 정말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단 시간에 갑자기 기적 같은 일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처음 절을 제대로 하는 것조차 힘들어서 동영상과 글도 찾아보고 거울을 보며 자세 교정도 하고 지쳐서 잠시 쉬기도 했었다. 그래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브런치 연재와 친구들의 응원과 우연한 지원금이었다. 1년이 지나고 보니 앞으로도 계속 108배를 하겠구나 알겠다. 유튜브도 인생도 장기전이니 길게 보고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자.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경험이 다시 내 인생에 의미가 될 수 있도록!



108배 시즌1 84일 차 _ 2020년 4월 22일

https://brunch.co.kr/@bluetwilight/134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08배 83일] 108배 의외의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