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재택근무자의 마인드 컨트롤
생각은 충분해요, 이제는 행동할 때!
- 이동귀 심리학 교수
마감의 스릴을 즐기는 사람을 crisis-maker라고 한다. 너무 잘하고 싶어서, 실패가 두려워서,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룬다는 것이다. 딱 천칭자리다.
마감이나 돈과 상관없이 나 스스로 재미있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했던 것이 오마이뉴스에 별자리로 읽는 영화 칼럼이었다. 스스로 마감을 만들었으나 누구도 그것에 대해 터치하지 않았다. 그래도 1년 동안 열심히 썼다. 같은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브런치다. 반강제로 마감을 만들기 위해 아이템을 24절기에 맞췄다. 그리고 지금 108배 108일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은 자유지만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독자를 생각하고,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에 좋다. 프리랜서 작가의 게으름 방지책으로 나름 효과를 보고 있다.
새해 결심에 빠지지 않는 3대 목표가 다이어트, 운동, 독서가 아닐까? 나도 1년 동안 100권의 책을 읽고 쓰자는 계획을 세웠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두 권의 책을 읽었으나 리뷰는 아직이다. 2019년 책방 다큐를 하면서 책을 읽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고, 2020년 두 개의 독서모임을 하면서 강제 독서를 했다. 예전처럼 열심히 책을 읽지 않는 것 같아서 함께 읽으면 좋겠다 생각한 것이다. 올해는 1년에 책 백 권을 읽고 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브런치를 시작했다. 과연 1년 동안 나는 몇 권의 책을 읽고 쓸 수 있을까?
오늘은 행사 장소 선정을 위한 답사를 갈 예정이었다. 어제 폭설이 내렸고 오늘은 북극 한파가 몰아친다 해서 걱정이었다. 갈까 말까, 갈등하다가 부지런하지는 못해도 게으름은 피우지 말자, 답은 현장에 있잖아! 생각하고 잤다. 아침에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에 일어나 커피를 내려 마시고 108배를 했다. 팀은 9시에 회사에서 출발하고 나는 집에서 출발하기로 했기에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침으로 우유에 청국장 가루도 타서 마시고 모닝페이지도 썼다. 준비를 하면서도 정말 나가기 싫다. 옷도 단단히 챙겨 입었고 오랜만에 빨간 립스틱에 화장까지 다 한 상태였으나, 추위도 대중교통도 코로나도 다 싫다.
9시, 팀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버스 안이라고 톡으로 얘기해 달란다. 출근길 대란이라더니 정말 버스가 움직이질 않는단다. 결국 한 시간 넘게 대기하다가 결심했다. 나가지 말자!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답사를 가서 내 대신 챙겨야 할 것을 부탁하고 나는 집에 있기로 했다. 혼자 다 할 수 없다. 일은 여럿이 하는 것이니 믿고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통화 후 옷은 갈아입었으나 화장은 지우지 않았다.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책상 앞에 앉아있으니 집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때때로 넥타이를 맨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무래도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게을러질 수 있으니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넥타이를 매고 회사에 출근하듯 서재로 출근한다는 것이다. 문득 나도 앞으로 매일 아침 빨간 립스틱을 발라볼까 싶다.
밤샘이 일상이었던 방송작가 초기에 선배들은 내가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한 채 출근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 “전 하이힐 신고 마스카라 바짝 올려야 글이 더 잘 써져요”라고 응수했다. 사무실에 나가는 날보다 집에서 작업하는 날이 많다. 코로나 시국에 날도 너무 춥다. 그래서 자꾸 게을러지는 게 문제였는데, 정장에 하이힐까지는 아니어도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일해야겠다.
프리랜서에 재택근무까지, 게을러지기 딱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이전에도 마찬가지이므로 빨간 립스틱과 브런치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보자. 아침 일찍 외출하는 날이면 108배를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한 시간 이상 일찍 일어나 108배를 할 수 있게 되었지 않은가? 작은 습관이 생활이 되면 행동이 바뀌고 삶이 바뀐다!
108배 시즌1 85일 차 _ 2020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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