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 까미노 데 산티아고 걷기
- 제주에서 한 달 살기
- 유럽 한 달 여행
- 클림트의 작품 <키스> 직관
- 빈에서 영화 <비포 선라이즈> 흔적 따라가 보기
- 파리에서 영화 <비포 선셋> 흔적 따라가 보기
- 내가 읽은 책으로 방 한쪽 벽면 다 채우기
- 오토바이 타고 신나게 달리기
- 낮술
- 밤새도록 춤추기
- 눈 오는 날 노천 온천
- 글을 써서 밥 먹고 살기
얼마 전 친구가 말했다. “넌 행복하잖아! 사람들 그렇게 쉽게 여행 못 다녀. 신혼여행, 여름휴가 다니는 정도지. 누가 너처럼 한 달씩 유럽 여행을 다니고, 이렇게 낮술에 취해 살아?” 내가 우리 엄마보다 해외여행 경험이 적다고 말한 것에 대한 대답이었지만 그 얼마 전 내가 “나이 마흔 넘도록 결혼도 못하고, 집도 없잖아!”라고 술주정에 대한 답이었을 것이다.
108배를 하는데 며칠 동안 친구들과의 대화가 생각났다. 제주에 일 년 살러 간 언니와 통화하면서 제주에서 4개월 살던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파리 언니의 버킷리스트에 산 낙지와 소주, 오토바이 뒤에라도 타보겠다는 글에는 “나 갑자기 엄청 행복한 사람이 됐어요”라고 답했다.
그러니까 위에 써놓은 것은 나의 버킷리스트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버킷리스트일 수 있는 일들이지만 나는 그냥 일상처럼 해왔던 일이다. 물론 산티아고 걸으러 갈 때도, 제주에서 4개월 살 때도 유럽으로 한 달 여행을 갈 때도 내가 쉽게 결정하고 실행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어쨌든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결국 이루었다는 게 포인트다.
남편과 아이, 집이 있는 데다가 하고 싶은 대로 살기까지 하면 더 좋았겠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이루어도 또 무언가 부족한 게 있겠지.
108배를 하면서 생각한 것은 “Estoy contenta!”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스페인어 중에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 난 행복해, 만족해)
얼마 전부터 양양이나 고성 혹은 그 사이 어디 바닷가에 한적한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푸른 수평선이 보이는 통창과 그 바로 앞에 스파와, 벽난로, 책꽂이와 책상까지 디테일한 인테리어도 이미 머릿속으로 끝났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이 문장을 보고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꿈꾸고 마침내 걸었던 것처럼. 한적한 바닷가 작업실도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실현을 도와줄 거라 믿는다. 그때 그 집의 벽면에 “Estoy contenta!”를 새겨놓고 하루 종일 바다를 보며 스파 하다 책 읽다 낮잠 자야지. 물론 리오하 와인과 함께!
108배 시즌1 103일 차 _ 2020년 5월 17일
https://brunch.co.kr/@bluetwilight/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