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남호 왜 역간척인가?
어제 김탁환 작가님의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를 읽었다. 진정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는구나를 알았다. 이동현 선생님이 새벽에 들판에 서서 “잘 잤어? 컨디션은 어때? 뿌리내리기 좋으라고 2센티미터 정도만 남기도 물을 다 빼두긴 했지. 아직 여기가 낯설지? 모판에서 자랄 때와는 많이 다를 거야. 278종의 친구들과 함께 가을까지 무럭무럭 자라야 해. 다 같은 논 사람이지만, 좋아하는 바람도, 햇볕도, 벌레 소리도, 물의 온도도 제각각이라서 불편한 점도 있을 거야.” 다정하게 논 사람(벼)에게 말하는 부분을 읽는데 정말 눈물이 났다. 김탁환 작가님의 글이 참 좋다. 이동현 농부님과도 얼마 전 페친을 맺었는데, 글로 표현된 농부님의 생각은 더 아름답다.
오늘 108배를 하는데 카톡이 와서 기분이 좋았다. 부남호 브로셔와 리플릿이 오늘 납품되었단다. 부남호 홍보 프로젝트는 작년 7월에 시작했다. 주민설명회를 위한 교육홍보영상 10분짜리와 30분짜리, 그리고 브로셔와 리플릿까지 8개월에 걸친 일이 드디어 끝났다. 중간에 이러저러한 사건사고가 있어서 설 명절 전에 리플릿 완료가 가능할까 걱정했는데 결국 명절 하루 앞두고 브로셔를 차로 내려보냈다고 한다. 처음 감독의 전화가 생각난다.
“부남호라고 들어보셨어요?”
여행지에서 부남호에 대한 살벌한 플래카드를 보았고, 군산에 여행 갔다가 역간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다행히 아는 체를 할 수 있었다.
부남호 역간척에 대하여 교수님이 작성한 내용을 홍보영상으로 쉽게 바꾸어 주민 간담회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일이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것이 내 일이지만 부남호 역간척은 정말 어려웠다. 학자의 논문과 정부 관계자의 보고서를 주민의 눈높이에 맞춰 10분 30분 안에 설명해야 한다. 네덜란드 현지 촬영이 필요한데, 코로나 19 사태로 감독이 직접 출장을 갈 수도 없었다. 그런데 기획안을 쓰다 보니 욕심이 났다.
환경을 생각해 텀블러와 에코백을 들고 다니지만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비닐봉지를 아예 안 쓰지는 못한다. 부남호 역간척을 공부하다 보니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일이지만 생태계 복원을 위하는 데 뭔가 일조하는 느낌이랄까. 비딩 제안서에 30분짜리 영상 시나리오 풀 버전을 써버렸다. 처음부터 그러려던 건 아닌데 공부를 하다 보니 어려워서 내가 이해하기 위해 정리하다가 아예 완본을 써버렸다.
수주하고 기뻤지만 이후에도 문제는 많았다. 현지 촬영이 필수인데 감독이 갈 수 없으니 유럽의 촬영감독을 섭외해 네덜란드에 보냈다. 촬영 구성안을 두 배로 넉넉하게 인터뷰와 인서트 내용까지 써서 보냈다. 흐레블링헨, 오스터스겔트.... 복병은 낯선 네덜란드 지명과 이름이었다. 홍보영상 외에 브로셔와 리플릿 작업도 추가됐다. 중간에 담당 사무처장님이 입원 수술을 받게 되어 지체되기도 했다. 그래도 어쨌든 끝났고 결과물도 나름 만족스러워 뿌듯하다. 오랜만에 영상과 인쇄 매체를 같이 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번에는 인쇄매체의 기획도 같이 해 내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돼 재미있었다. 일러스트를 활용해 네덜란드 출장 내용을 한 장으로 정리했다. 천수만 사업부터 부남호의 미래비전을 ‘세류성해細流成海 : 작은 물이 모여 큰 물을 이룬다’에 빗대어 일러스트화하는 것은 실패했다. 그래도 결국 변용된 세류성해 일러스트가 리플릿의 표지가 되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 자연의 진리를
우리는 오랜 세월 아프게 깨우쳤습니다.
- 하구복원 홍보 및 주민 공감대 조성사업 홍보영상 에필로그 중에서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갯벌을 텅 빈 무용의 공간으로 보고, 갯벌에서 얻는 식자재보다 논으로 만들어 벼농사를 짓는 게 이득이라는 개발논리가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전염병과 기후 변화 모두 자연 생태계를 망가뜨린 인간이 저지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논리가 앞선다. 역간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도 경제논리를 앞세울 수밖에 없다. 수질 개선 비용이 매해 110억 씩 들어간다, 숫자로 말하면 사람들이 더 잘 알아들으니까. 역간척이라고 해서 바로 방조제를 부수고 논을 갯벌로 환원하는 것은 아니다. 억지로 막았던 물길을 트는 일이지만 그 안에 또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인간이 훼손한 자연을 인간이 되돌릴 수도 없다. 하지만 인간의 적극적 대처로 자연이 회복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는 있을 것이다. 부남호 홍보영상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올해는 지상파 다큐멘터리로 새롭게 제작하자고 했었다. 또 변수가 많아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올해 부남호 역간척에 대해 좀 더 폭넓게 공부하고 새롭게 접근할 방법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이렇게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
108배 시즌1 104일 차 _ 2020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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