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19일] 왜 박수근은 아이 업은 여인을 그리나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어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보고 왔다.

친구를 만난 게 아침 10시였는데 발권하는 데만 3시간이 넘게 걸렸고

점심을 먹고 다시 줄을 서서 4시 넘어서야 겨우 입장했다.

친구가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평일은 안 되고

일요일엔 아버지와 약속이 있어서

어제 연휴이자 특별전 마지막 날이라도 감행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줄이 길었다.

박수근의 그림을 보아서 좋았지만 다시 줄을 서라면 못 서겠으니

국립중앙박물관은 반드시 평일 오전에 가서 혼자 봐야지.



천경자의 <화혼(1973)> 전남도립미술관 이건희 특별전 2021년 10월

작년 가을, 여수에 여행을 갔는데 친구가 광양에서 이건희 특별전을 하니 꼭 가보라고 했다. 그곳에서 천경자의 <화혼(1973)>에 푹 빠져서 한참을 보고 또 봤다. 화려한 꽃과 나비가 알록달록한데 오른쪽의 흰 부분은 마치 면사포를 쓴 여인의 모습 같아, 신부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 같은 환상적인 그림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그림을 소유하는가 싶었다. 멋진 그림을 소유하고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면 얼마나 좋을까? 천경자의 <화혼>은 나에게 미술품 소장 욕구를 알려준 그림이 되었다.



내가 처음 미술관에 갔던 것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미술 교과서에서 보던 그림을 실제로 봤을 때, 우선 그림의 크기에 압도되었고 색감이 전혀 달라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질감이 살아있는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감동이 남달라 미술관을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 파리에 갔을 때 오르세 미술관에서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을 특히 좋아했고,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앞에서 한 시간 넘게 앉아있었다. 최근에는 전시회를 잘 가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코시국에 어디를 가도 겁이 나기 때문이었다. 이제 다시 미술관 순례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어제는 박수근의 그림이 특히 좋았다. <절구질하는 여인(1957)>, <농악(1963)>. <유동(1963)> 3점이 전시돼 있었는데 “박수근 특유의 간결한 구도와 단순한 형태, 투박한 질감과 균질화된 색조 등(김예진, 도록)”이 잘 드러났다.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하는 박수근은 “인물과 배경에 사용된 색체가 비슷하고 질감도 균일해서 멀리서는 그림 속의 인물들을 발견하기 힘들다. 전체적으로 거칠거칠하게 다듬어진 질감, 단단한 바위에 새겨 넣은 듯한 강직한 선묘로 인해 마치 풍화된 암각화와 같은 인상을 준다.(김예진, 도록)”



작년에 <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했는데, 사실 그 책의 처음 시작은 화가들은 왜 그런 그림을 그릴까였다. 별자리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화가들의 네이탈 차트를 봤고, 화가의 별자리를 그림과 생애로 연결시키면 이해가 더 쉬웠다. 양자리인 빈센트 반 고흐는 뒤늦게 화가가 되어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고, 양자리답게 노란색과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전갈자리 피카소는 새로운 연인을 만날 때마다 화풍이 바뀌었다. 피카소는 비밀스러운 전갈자리답게 자신의 작업실에 누군가 들어오는 게 싫어서 청소까지 직접 했는데, 사후 작업실에서 수천 장의 스케치가 나와 피카소 전을 가면 스케치가 아주 많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는 천재가 전갈자리다.



박수근은 물고기자리다. 포털의 프로필과 위키 백과 등에는 박수근의 프로필이 1914년 2월 21일 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2014년 박수근 화백 탄생 100주년 때, 박수근 화백의 가족과 박수근 미술관 측은 생전에 그가 생일상을 음력 1월 28일에 받았다고 밝혔다. 1914년 2월 22일 생인 박수근은 태양별자리가 물고기자리고 달별자리는 염소자리거나 물병자리다.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박수근의 <농가의 여인>과 <농악>

물고기자리의 키워드는 초월, 할머니, 헌신 등이고, 상징은 하나의 끈으로 엮인 두 마리의 물고기인데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신들의 잔치에 티탄이 쳐들어와 아프로디테가 그의 아들 에로스와 물고기로 몸을 바꾸고 물에 뛰어들었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박수근의 그림을 보면 배경과 인물의 경계를 허물고, 아이를 업은 소녀, 여인들의 모습을 자주 그린 것이 딱 물고기자리답지 않은가?


철공소에서 줌으로 별자리 강연을 하고 있는데, 지난 모임에서 수강생들이 앞으로 오프라인 강연 계획이 없는가 물었다. 코로나 시국이 끝났더라도 매주 한 번의 강연은 줌 강연이 편하다고 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73%는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는데, 선호 이유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을 꼽았다고 한다. 요즘 테크 업계에서는 재택근무 여부에 따라 인력이 유출되는 경향까지 있다고 하니 강연도 줌 강연이 대세가 될 것 같다.


그래도 별자리 강연은 얼굴을 보고 눈을 맞추며 강연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타협책으로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 대면 특강을 하려고 한다. 대신 2시간 강연을 4시간으로 늘리고 뒤풀이도 할 생각이다. 특강은 차트 읽기 실전으로 첫 번째 주제는 화가들의 별자리로 본 생애와 그림이다. 양자리 빈센트 반 고흐부터 물고기자리 몬드리안까지 서양 화가들의 자료는 이미 정리해 두었다. 별자리로 읽는 00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준비하고 있는 내용인데, 이왕이면 이번 강연을 계기로 한국 화가들까지 정리하려고 한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더 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나는 워라밸이 중요한 천칭자리지만 평생 프리랜서에 일하는 게 놀이고 노는 게 일이 되어 정작 워라밸은 잘 못 지킨다. 오늘 108배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평생 프리랜서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1인 지식 기업자로 살아갈 나로서는 24시간 일을 할 수밖에 없으니 노는 게 일이고 일하는 게 놀이인 게 얼마나 다행인가! 앞으로 강연 준비와 책 쓰기를 위해서 열심히 미술관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 난다.


그리하여 오늘도 마음을 다하여 108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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