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글
22년전이었던 2001년 한여름에 아범과 아장아장 걷던 1살짜리 딸 그리고 뱃속에 3개월짜리 둘째와 함께 엘에이 땅에 도착했었지요.
앞으로 어떤일들이 펼쳐질지 아무것도 모른채.. 그러나 아버님, 어머님이 이곳에 계시는지라 큰 걱정없이 남미에서 여기로 재이민 왔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님이 딱 예순이실때 저희가 결혼을 했네요. 그당시 흰머리도 별로 없으셨던 훤칠한 아버님의 모습이 떠오르며 5년후 아범도 그 나이가 됬을때 아버님의 반이라도 닮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렇게 부모님의 도움과 희생으로 저희는 미국 생활에 편안히 자리잡을수 있었고 두 아이들도 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아들은 지금도 할아버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자기는 결혼해서 할아버지처럼 나이먹고 싶다고 하네요. 아버님처럼 조용히 가족들을 돕고 배려하며 그렇게 집안의 가장의 모습으로 가족을 이끌고 싶다고요.
아범은 성격이 무뚝뚝해서 아버님에게 표현은 직접 않하지만 아마 아들과 같은 마음일거에요.
신실하시고, 성실하셨던 아버님이 저희 집안을 제사장처럼 인도해 주시기에 저희 부부 여지껏 큰 문제없이 24년간 잘 살아왔습니다. 저희가정에 축복을 많이 받은것 같은데 이 모두가 아버님의 기도 덕분입니다. 특히 새벽제단을 매일같이 쌓으시는 모습은 저희가 꼭 닮고 싶고, 롤모델로 따라하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아침잠이 많은 저희들은 언제부터 일찍 깰수 있을런지요?
9년전 아버님이 불의의 수술 휴으증으로 다리를 못쓰시기 시작할때 얼마나 하늘에 부르짖으며 기도했는지 모릅니다.
'하나님! 왜 하필이면 우리 아버님처럼 착한분을..Why? Why!'
하지만 9년의 시간동안 아버님은 얼굴 한번 찡그리시지 않으시고 원망하는 모습도 없으신채 그저 재활과 운동에 전념하셔서 의사들의 부정적인 견해를 싸그리 엎퍼 버리셨어요. 아직까지 운전도 다하시고 불편함 없이? 다니시는것을 볼때마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아버님을 위한 기도제목이 바뀌었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계셔서 자자손손 3대, 4대.. 우리 가족을 축복해 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