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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돌아 돌아, 구름열차 타러 가는 길

마추픽추 레일·살타 구름열차부터 모레노 빙하·피츠 로이 산 트레킹까지

by 관계학 서설 II

새벽부터 서둘러 서둘러 구름열차 투어의 출발지인 옛날 기차역에 도착했다. 날씨도 제법 쌀쌀하고 새벽까지 계속된 현지 식당들의 영업시간이 몇 분 전 마감된 듯, 몇 시간 전 왁자지껄했던 분위기와는 극명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거리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살짝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로 거리는 조용하다 못해 정적 그 자체이다. 페달을 밟은 발바닥에 평소보다 좀 더 힘을 실어 의도적으로 속도를 높여본다.


새벽부터 티켓팅 창구 앞, 전 세계 여행객 행렬

출발 장소에 가까워지면서 칠흑 같은 어둠이 점점 환하게 밝아짐을 느낀다. 휴~ 안도감이 찾아온다. 캐나다 로키 마운티어 열차를 타러 갈 때, 처음으로 자전거 전용 전조등과 후미등을 사용해 보고 이번이 두 번째이다. 예비 배터리까지 챙긴 덕을 톡톡히 본다. 이미 많은 여행객들이 티켓팅을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투어 신청자들은 일정을 사전 예약하고 비용을 완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약 확인증'만 받을 수 있다. 실질적인 탑승 티켓은 출발 장소에 직접 와서 예약증과 '교환'을 해야 한다. 일정이 취소되는 관광객들의 숫자가 적지 않아 '환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인 듯하다. 결국 예약한 당일날, 티켓팅을 하러 나오지 않으면 자동 취소되고 환불 역시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비자 문제로 두 개의 일정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고 이미 지불한 예약금 중 또 하나의 일정 비용 30여만 원의 환불은 물 건너가는 순간이다.


고산열차 출발지(좌측), 버스 짐칸 브롬톤(가운데), 현지 가이드 마테차(우측)

버스는 정시에 출발했다. 버스 10여 대에 빈자리는 없는 듯 느껴졌다. 우리 버스에 탑승한 안내자는 현지 토박인 듯한데 영어, 스페인어, 토착민 언어 모두 유창하다. 나홀로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버스의 맨 앞자리인 안내자 옆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넓은 앞유리를 통해 보다 큰 시야로 현지 자연 풍광을 즐길 수도 있고 사진, 영상 등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할 수도 있다. 더구나 영어로 언어 소통이 가능한 안내자까지 있으니 화룡점정(畫龍點睛) 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지인들의 전통 차인 마테(mah-teh) 차를 수시로 권해주니 현지 문화를 제대로 즐기는 것 같아 즐겁다. 다만 나만의 스트로를 챙겨 오지 못해, 그 점이 좀 아쉬울 뿐이다. 여하튼 한나절 투어 일정 중 폭넓은 현지 정보를 가진 안내자와의 대화는 여러모로 즐거운 추억이고 실질적인 도움까지 제공해 주었다. 결국 시도에 불과했지만 티켓 환불 관련 담당 매니저와의 만남을 주선해 주었다.

고산열차까지 타러 가는 길


4,220m 고도, 세계 세 번째 고산 열차

버스는 광활한 평원을 지나 구불구불한 산악지형을 왕복 열서넛 시간을 달렸다. 중간에 현지 마을에 들러 빵과 차에 불과하지만 '그곳' 점심 식사를 시식하고 생활 풍습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 주었다. 구름 열차를 타는 장소는 어느 정도 예상한 대로 꽤 고도가 높은 장소였다. 살타자체가 1200m 고지에 있는 도시인데 고산 열차의 고도는 4,220m이니 가이드의 '고산병'에 대한 염려와 응급조치에 대한 설명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다행인지 바쁘게 움직이지 않고 천천히 호흡을 하면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브롬톤을 메고 끌고 타고난 후에는 숨이 좀 차오르곤 했다. 그래도 브롬톤 덕분에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과 많이 어울리고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누릴 수 있어서 많이 기뻤다. 그중에서도 아빠와 함께 온 너무 귀여운 모습의 꼬맹이와 남미 전역을 여행 중이라는 독일 연인들과의 손짓 발짓을 섞은 바디랭귀지식 언어 소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구름열차 레일 위에서 바라본 까마득한 계곡 낭떠러지
구름열차 탑승전(좌측), 현지마을 라마(가운데), 식당칸 수프와 또르티아(우측)

생각보다 길지 않은 구름 열차 탑승시간에도 식당칸에 들러 시내 가격보다 3배나 높은 프리미엄 가격으로 현지 수프와 또르티아(tortilla) 천천히 즐기면서 음미했다. 그리고 톡 쏘는듯한 식감과 함께,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기차 레일 위에서 보는 그 순간, 정신이 혼미할 정도의 '감동'을 느껴본다. 노선 중간에 내려 가장 높은 고도에서 아르헨티나 국기와 함께 추억의 사진도 한 장 남겼다. 돌아오는 길에는 로컬 식당에 들러 와인과 전통으로 구운 아사도를 색다른 분위기에서 맛보는 귀중한 시간도 가졌다. 일정 및 서비스 모두 만족하는 투어다. 밤늦은 시간에 도착했지만 새벽 시간만큼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다. 현지인 집을 에어비앤비를 통해 독채로 빌린 숙소의 아늑함과 편안함이 벌써 그립다. 오늘은 파타고니아 중심부로 가기 전, 일정을 좀 일찍 마무리하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다 잡아본다.


버스에 싣고 간 브롬톤을 꺼내자마자 한 방에 펼친 후, '미 오가르(Mi hogar)'을 향해 힘껏 페달을 밟아본다.


2022년 10월 30일() 고도 4,220m까지 굽이굽이 찾아가는 길

#나홀로 #브롬톤여행 #대륙간열차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역병시대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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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0 : Cusco&Lima, Peru > Bogota, Columbia > Buenos Aires, Argentina > Cordoba > Salta_by plane (8 hrs) > El Calafate&El Chaltén_by Bus-Sur (7 hrs) > Puerto Natales, Chile_by Bus-Sur (15 hrs) > Punta Arenas > Ushuaia, Argentina > Buenos Aires

*뱀발 1 : 남아메리카의 대부분은 안데스 산맥이 지배하는 인상적인 산악 지형이 특징이다. 안데스 산맥은 대륙의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약 7,000킬로미터(4,350마일)에 걸쳐 뻗어 있어 세계에서 가장 긴 대륙 산맥이다. 안데스 산맥은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7개 국가에 걸쳐 있다. 이 지역은 열대 우림부터 알티플라노와 같은 고지대 고원, 칠레의 아타카마와 같은 건조한 사막까지 다양한 생태계의 본고장이다. 대륙의 최남단에는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공유하는 광대하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인 파타고니아가 있다. 파타고니아는 험준한 산, 넓게 펼쳐진 빙하, 바람이 부는 대초원 등 드라마틱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파타고니아 안데스 산맥은 북부 지역보다 낮지만 피츠로이 산과 토레스 델 파이네 같은 상징적인 봉우리가 있다. 이 지역은 또한 극지방 밖에서 가장 큰 얼음덩어리 중 하나인 남부 파타고니아 빙원(Southern Patagonian Ice Field)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뱀발 2 : 80 days of solo Brompton trip in the Americas 55 https://bit.ly/3Jmyx8W To Dear Brompton Owner & Executive Director https://bit.ly/3Grv0o4 My journey in the Americas https://bit.ly/3WlJiMy on 'Brompton Folding Bicycle' http://bit.ly/3vcVJhW on 'Bicycle Travellers'

*뱀발 3 : 이제야 여행 계획(‘21년 12월), 사전준비와 답사('22년 2월-4월)부터 실행(‘22년 9월 14일-11월 14일)까지 ‘기록&보관한' 글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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