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 나의 버디(Buddy), 우리만의 포인트(Point)
My wife has been with me every step of the way—she was my very first student when I earned my instructor certification, my trusted dive buddy back in our Open Water days in Seogwipo, Jeju, and above all, my lifelong companion on this journey called life.
물속이든 땅이든 나의 영원한 버디는 '가족'일 수밖에 없다. 집사람의 유학생활로 시작된 '독수리 아빠' 생활은 와이프가 학위를 마치고도 아들이 대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몇 년 더 이어져 12년 동안 지속됐다. 그 기간 동안 매년 1번 정도는 가족상봉 여행을 다녀왔다. 첫 여정이 멕시코 캔쿤(Cancún)이고 하와이(마우이 섬), 캐나다 휘슬러 블랙콤(Whistler Blackcomb), 알래스카,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 등으로 이어졌다. 대부분 여름휴가, 연말 연휴 기간을 이용하다 보니 7-8월에는 스쿠버 리조트로, 12-1월은 스키장으로 방문지를 자연스럽게 정하게 된다.
그때부터 '블리저'로 물안팍을 넘나들다
가끔 비즈니스 출장지에 따라 업무를 마치고 이어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기도 했다. 요즘은 이를 블리저(Bleisure)*라고 불리는 모양인데 여하튼 우리 가족의 블리저 여행지는 하와이 마우이섬*이었다. 온라인 동호회에서 하와이 투어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신청했다. 가족에게도 올해 하계 여행지는 마우이섬이라고 알렸다. 물론 여정의 앞부분은 스쿠버 일정이고 이틀 정도 하와이 관광 일정을 추가했다. 다만 고기 부인도 국내에서 10 깡정도 로그를 기록한 다이버이지만 직장과 유학 생활 때문에 거의 스쿠버 냉담자 생활을 유지하던 시절이라 아들을 돌본다는 이유로 다이빙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하와이 다이빙 투어가 최종 결정되고 나서야 현지 다이빙 포인트에 대한 사전 조사를 시작했다. 투어를 모집한 온라인 동호회 인솔자가 어련히 알아서 잘 준비할 거라고 마음을 놓은 것이 결국 투어의 질을 엄청 떨어뜨려 버렸다. 출발 당일, 함께 출국하기로 한 리더는 모습조차 보이지도 않았고 다이빙 샵부터 포인트 선택까지 도착해서 부랴부랴 정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알음알음으로 겨우 보트 다이빙을 시작했지만 마우이 섬 다이빙의 유일한 차별점이라 할 수 있는 수중 '고래 울음소리'를 듣는 행운은 절대 뒤따르지 않았다. 얼떨결에 떠맡은 인솔자, 책임 강사 그리고 통역&관광 가이드까지 나름 최선은 다했지만 동행한 회원들의 이유 있는 불쾌감을 상쇄(相殺)시키지는 못했다.
다이빙 버디이자 희로애락의 동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의 상봉 여행은 즐거웠다. 사실 우리 가족 중 누구도 잘못한 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기부인은 관광 일정 내내 동반한 다이버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위무(慰撫) 해 주었다.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우리 부부는 숙소에서 자그마한 위로? 파티도 열고 다이버들의 심기를 어루만져 주려고 부단히 도 노력했다. 3일 동안, 8 깡 정도의 다이빙을 했지만 기억이나 추억으로 남아 있는 포인트는 전혀 없다. 그냥 동반 다이버들, 특히 오픈 워터(Open Water)의 입, 출수 시 '안전'과 버디들의 조합이 적절한지를 신경 쓰느라 아무 생각이 안 나는 멍한 상태였다고 표현하고 싶다. 망망대해 수중 한가운데 허공에 잠시 떠 있다가 '아 여기가 마우이섬 물 속이는구나!'만 느끼고 올라왔다고 말해야 하나! 인솔자의 무책임한 행동, 그에 따른 포인트에 대한 사전조사가 전혀 없는 다이빙 투어가 얼마나 황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이다.
고기부인은 내가 강사 자격증을 받고 처음으로 스쿠버 다이빙을 가르친 첫 교육생이자, 오픈워터 시절 제주도 서귀포 다이빙 버디이자 인생 여정의 영원한 동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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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리저'는 비즈니스 출장(Business travel)과 레저(Leisure)를 결합한 용어로, 출장 중 여가를 즐기며 개인적인 여행 경험을 더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유연한 근무 정책과 직원 복지 강화, 그리고 개인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가치관 변화가 이러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 하와이는 총 8개의 주요 섬과 여러 작은 섬 등 총 137개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8개 섬은 하와이 섬 (Big Island), 마우이 섬 (Maui), 오아후 섬 (Oahu), 카우아이 섬 (Kauai), 몰로카이 섬 (Molokai), 라나이 섬 (Lanai), 니하우 섬 (Niihau), 카호올라웨 섬 (Kaho'olawe)이다. 국제공항인 다니엘 K. 이 누에 국제공항(옛 이름: 호놀룰루 국제공항)은 오아후 섬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