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 나의 버디(Buddy), 우리만의 포인트(Point)
Drift diving is a scuba diving specialty where divers let the natural current carry them, allowing for a smooth, effortless glide through the water. It requires excellent buoyancy control and heightened situational awareness to navigate safely through moving currents. This technique enables divers to cover extensive underwater areas while enjoying a unique perspective on marine life.
'기억해야 하는 풍광은 마음에 담는 거지 말, 글 그리고 그림으로는 남길 수 없다'라는 나만의 근거 없는 고집을 한동안 유지했다. 그러다 보니 쓸 만만 정사진과 동영상이 별로 없다. 특히 디지털 고해상도로는 더욱 드물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유일한 버디, 건달부부의 만남도 그런 생각을 지키던 시기였다. 함께 한 포인트는 수중사진의 대가인 장남원 선생님이 인도한 시파단 섬이다. 지금은 리브어보드 투어로만 인근 바다에서 다이빙이 자유롭고 입도 다이빙은 하루마다 제한 인원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시파단 섬 다이빙은 광각 사진의 낙원으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폐쇄된 바다 한가운데 모래톱 위에 초기 10여 채로 세워진 리조트가 일품이다.
'안 가본 사람은 말을 마라!'는 속된 말, 그대로다. 찌는듯한 무더위이지만 방갈로 안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다. 선선한 바람이 확 트인 창문을 통해 수시로 땀을 식혀 주고 밤에도 모기가 거의 없다. 창문 너머 바다 풍경은 물론 방갈로 바로 밑에는 수백 마리의 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은 장관이고, 그 자체가 하나의 다이빙 포인트이다. 다이빙을 할 때마다 각 포인트의 맛에 흠뻑 취해 수심을 깊게 오래 타다 보니 열에 아홉은 감압 알람이 자주 뜨기 일쑤이다. 그때마다 방갈로 아래 포인트에서 이름을 다 외울 수도 없는 물고기 떼와 장난치고 있다 보면 어느새 감압 시간이 충족되고 사라진 이후가 다반사이다. 스트레스 프리(stress-free) 다이빙이다.
리조트에서 내어 준 전용보트로 매일 유명 포인트만 골라골라 서너 번씩 5박 6일을 다이빙했다. 장선생님과 건달의 수중촬영 장면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몸과 머리로 익히려고 부단히 도 노력했다. 다이빙이 끝난 저녁 시간에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섞어 그들에게 수도 없는 질문을 퍼부었다. 건달은 그때마다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 주었다. 비록 플라스틱 하우징에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뒤만 졸졸 따라다닌 다이빙이었지만 건달부부 덕분에 참 많은 '것'을 얻은 시파단 섬 포인트들이다. 그중에서도 얕은 수심을 몇 m만 지나 마주치는 수직 직벽 포인트, 수면부터 수심 30m까지 회오리 폭풍처럼 휘감고 도는 바라쿠다떼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바닷속 한 장면이다.
아 건달, 그리고 오드리!
하루는 웬만한 다이빙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가이드하지 않는다는 섬의 뒤쪽 포인트로 향했다. 수중 조류가 너무 강해서 초보 또는 다이빙 횟수가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아예 소개조차 안 한다는 곳이다. 장선생님의 '보증?'으로 같이 할 수 있었다. 드리프트 다이빙도 어드밴스 다이버 교육과정에서 이수했다는 마음에 입수할 때까지만 해도 여유로운 마음이었다. 입수하자마자 '와우'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세찬 조류에 마스크가 벗겨져 나갈 정도였다. 나 자신도 걱정이었지만 건달과 오드리 부부가 걱정이 되어 옆을 보니 강한 조류에 몸이 360도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마스크를 부여잡고 서로 OK 사인을 보내며 '내 옆에는 네가 있고 니 옆에는 내가 있다'는 단순 명확한 수중 신호를 주고받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호흡을 정상 상태로 돌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 우리는 영원한 버디이다.
지금도 제주도에서 필리핀, 어느 포인트에서 서로 일정을 공유한 것도 아닌데 리조트, 포인트로 가는 배안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그 즉시 수중 버디로 다이빙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 건달은 천생연분, 나의 버디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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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리프트 다이빙은 다이버가 자연 해류에 몸을 맡겨 물속을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스쿠버 다이빙의 한 스페셜티이다. 이 다이빙은 역동적인 해류 속에서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해 뛰어난 부력 조절과 상황 인식 능력이 필요하다. 이 기술을 통해 다이버는 넓은 수중 영역을 효율적으로 탐험하며, 독특한 시각으로 해양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