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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계학 서설 II Nov 25. 2024

#4 다이빙은 '자세와 Form'이다

CH I. 그룹 비서실과 다이버

Scuba diving is all about style, from 1 to 10.

지금도 기억나는 폼생폼사 현지 수중 가이드.

  다이빙 회수가 20여 회가 넘어가고 중성부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고 생각하니 슬그머니 자랑을 하고 싶어 졌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 중 스쿠버다이빙을 아는 사람은 물론 자랑할만한 사람은 더욱더 없었다. 아예 한국엔 자랑할 대상이 없다고 단정했다.

  멕시코 캔쿤, 스쿠버의 성지!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 보니 멕시코 캔쿤이란 곳이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하고 다이버라면 꼭 한 번은 가 보고 싶은 다이빙의 성지란 점을 알게 되었다. 무식하면 무모하다고 했던가? 바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미국 현지 출장과 연계하여 2일 정도만 몰래? 다녀오기로 했다. 회사에 발각될 경우, 정직을 넘어 퇴사도 각오해야 한다는 걱정보단 다이빙 장비를 가지고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 더 급했다.  결국 다이빙은 '자세와 Form'이고 이를 위해서는 몸에 익숙한 장비가 있어야만 한다고 마음을 굳혔다. 초보 다이버의 어설픈 자랑 욕심이 '최고이면서 동시에 최악의 추억과 기억'을 만들어 주었다.


   10kg 웨이트 벨트까지!    

  호텔방에 들어가자마자 우선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30kg 이상 되는 스쿠버다이빙 장비 꾸러미부터 살펴보고 내일 다이빙을 위해 하나하나 챙겼다. 미국 마이애미 공항을 거치면서 다이빙 장비는 한차례 이상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무려 24시간 만에 멕시코 캔쿤에 도착했다.


현지 다이버들에게 뽐내고 싶은 마음에 탑승 가격에 맞먹는 초과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장비 풀세트를 가져온 이유 중엔 중남미는 우리나라보다 더 다이빙 주변 환경이 열악할 것이고 필요한 장비를 빌리지 못해 먼 곳까지 와서 물속 구경도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던 점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어 버릴 수만 없는 너무나 어이없는 다이빙 천국에 대한 모독이었다. 물론 스쿠버다이빙 장비는 '생명'과 직결되는 사항이므로 현지에서 빌린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용하던 내 장비를 가져와야만 한다는 욕심은 5mm 웹 슈트가 열대 바다에 맞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10kg에 넘는 웨이트 벨트까지 싣고 오게 만들었다.


  다음날 다이빙 투어에 대한 설렘으로 밤을 하얗게 새우고 나서 시차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새벽부터 슈트를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재킷과 후드까지 있는 '아폴* 프레스티지' 웹 슈트를 입고 비씨와 호흡기, 그리고 마스크는 손에 들고  각종 부대용품을 넣은 가방을 메고 비상용 나이프는 다리에 차고 다이빙 장갑까지 끼고 호텔방을 나섰다. 15분 정도 걸어서 다이빙 보트를 탑승하는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얼굴은 물론 온몸이 땀범벅 상태였다. 선착장에 나와 있던 많은 미국, 남미 등 현지 다이버들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동방의 작은 나라에도 정통으로 다이빙을 배우고 완벽한 다이빙 장비를 가진 다이버가 있음을  미국은 물론 중남미 사람들도 알아야만 한다고!


   스쿠버는 폼생폼사!

  이 같은 생각이 엄청난 실수이었음을 알게 되는 데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이빙 보트에 탄 다이버 중 웹 슈트는 물론 다이빙 장비를 가지고 온 다이버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보트 안에 모든 것이 다 있었고 포인트에 거의 다 가서야 천천히 아주 여유롭게 슈트와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다이버들은 입고 온 반바지 차림으로 다이빙을 했고 슈트를 입는다고 해도 0.5mm 정도 웹 슈트면 적당했다. 비상용 다이빙 칼과 장갑은 청정해역의 환경오명 방지를 위해 선착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압수를 당했다. 더운 날씨에 후드까지 쓰고 장갑까지 끼고 온 동방의 작은 나라 다이버를 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너무 창피해서 물어보진 않았지만 틀림없이 정상의 정신상태로 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입수 후엔 나름대로 갈고닦은 중성부력 다이빙 자세와 카리브해의 그림 같은 수중 풍경으로  부끄러움을 어느 정도는 만회했을 거라고 합리화했다. 그 이후, 열대 투어를 갈 때마다 항상 새까만 방풍재킷을 입는 버릇이 생겼다. 항상 같이 가는 다이버들이 물어보곤 한다. 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두꺼운 재킷을 입느냐고? "다이빙은 자세고 Form이거든 입수 전부터 이에 대한 마음가짐이 필요해'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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