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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계학 서설 II Nov 26. 2024

#5 공기 한 모금 1만 원, 1 깡(회) 10만 원,

CH I. 그룹 비서실과 다이버

Even money pales in comparison to passion.

수중 동영상 장비 한세트는 자동차 한대값이다

  지금처럼 다이빙 샵에서 '믿을 수 있는' 장비를 빌릴 수 없던 시절엔 어쩔 수 없이 마스크, 핀(오리발), 스노클 등 스킨 3점 세트는 물론  호흡기, BC(부력조절 재킷), 다이브 컴퓨터 등 스쿠버 기본 장비를 포함 자신의 체형에 맞게 슈트를 100% 맞춰서 구입해야만 했다. 경쟁상대가 많지 않던 시절이니 당연히 장비 구입 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쌌다. 온라인상으로 가격이 공개되지도 않았고 100% 수입품이다 보니 관세와 물류비용, 유통점 수수료 등 원가의 4-5배는 기본이었고 전설 같은 표현으로-'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장비, 교육비 등 부르는 게 값!

  우리나라 동해와 남해 수온은 봄, 가을엔 15-20도, 여름이라고 해도 평균 25도를 넘지 않는다. 겨울은 5도 미만이다. 목욕탕의 냉탕이 대략 17도이니 우리나라에서 다이빙을 하려면 여름에도  5mm 슈트가 기본이고 늦가을부터 겨울 동절기엔 세미드라이 또는 드라이슈트가 꼭 필요하다. 드라이슈트 1벌 가격은 지금이나 그 때나 큰 변동 없이 70-100만 원이나 당시 회사원 한 달 급여가 100만 원 안팎이었으니 상대적으로 구입 결정이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다이버들이 동절기엔 드라이슈트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다이빙을 포기했다는 표현이 맞는 이유이다. 수심, 수온, 체류시간 등 다이빙시 꼭 체크해야 하는 숫자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다이브 컴퓨터만 해도 50-1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둘 다 빌릴 수 있는 장비 목록엔 아예 없는 물품이지만 다이빙시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꼭 착용해야만 하는 안전장비들이다.


  교육프로그램은 100% 해외 단체에서 수입한 그대로 가르치다 보니 국내에 맞지 않는 경험과 지식들이 체계적인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가르쳐졌고 이에 대한 반발로 제대로 된 교육과정 없이 군대에서 익힌 내용들이 여과 없이 수용되기도 했다. 교육내용 못지않게 강사가격은 더욱더 기준도 근거도 없이 각양각색이었지만 평균이상으로 비쌌던 것은 공통이었다.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의 '별'이라고 할 수 있는 오픈워터 강사 자격증을 받기 위해서는 단체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6-7단계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하고 각 단계마다 지불해야 하는 교육비, 교육 투어비를  모두 합치면 1,000-1,500만 원은 훌쩍 넘었다. 당시 회사원 1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돈이다. 자격증을 받을 때마다 강사와 동기들과 서로 축하해 주고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뒤풀이 비용도 숙취가 가신 다음날엔 틀림없이 가슴이 아픈 수준이었다.


  입수와 함께 비용 걱정은 물속으로

  투어비는 더욱 다양하고 상향적으로 천차만별이다.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투어는 기본적으로 3박 4일, 1일 3회 다이빙기준으로 1인당 100만 원 수준이고 시파단, 팔라우, 홍해, 카리브해, 갈라파고스 등 7박 8일 이상의 장거리 해외투어는 1인당 200-500만 원 이상이다. 이 가격엔 인솔하는 강사의 항공, 숙식비용과 사례비가 포함되었고 이를 참가하는 다이버들이 1/N 하여 함께 부담하는 것이 관례였다. 금액 자체적으로 부담되는 가격이다 보니 인솔강사의 투어비용을 얼마만큼 부담할 것인가? 또는 그룹투어인 경우 항공권과 현지 다이빙샵과의 가격흥정에 따른 리베이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등 다이빙과는 무관한 부차적인 문제들로 항상 투어전후로 시끄럽고 많은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이빙이 참 좋은 점은 돈이 많이 들면 들수록 입수하는 순간, 돈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절실히 깨닫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갈등'을 잊고 아직까지도 더 많은 돈을 들여 다이빙투어를 또 준비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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