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절정의 중학생 둘과 한 집에 사는 것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냉온탕을 번갈아 다니는 것처럼 다이나믹하다. 예측불가 중학생들은 어떤 날은 철이 든 어른처럼 행동하고, 또 어떤 날은 철딱서니 없는 어린아이가 되어 툴툴거리고 화를 내며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도 한다.
오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운동삼아 집 앞 안양천 산책을 나간다. 초 가을을 알리는 선선한 바람과 붉은색으로 변하는 잎들이 지루한 걸음에 재미를 더해준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한 시간쯤 걸었을까. 뒤늦게 핸드폰을 확인한다. 문자가 왔다.
중1 아들이 보낸 문자. 실화일까?
아니, 이게 머선 일이고?? 아침부터 세상 달콤한 문자가 아들에게 왔다. 난 내 눈을 의심하고 또 한 번 보고 확인한다. 오늘 내 생일도 아니고 어버이날도 아닌데, 분명 아들이 보낸 문자가 맞나?갑자기 시간을 점프를 해서 철이 들었나. 분명히 어제까지 "치킨, 피자, 햄버거, 돈"을 외치며 내 속을 긁었던 중1 사춘기 밉상이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사극에나 나오는 잘 배운 4대부집 도련님 같은 감동적이고 멀쩡한 내용의 문자를 보내다니. 이게 실화냐~~??? 늦기 전에 나도 부랴부랴 사랑이 가득 담긴 답문자를 챙겨 보낸다. 이 마음 변치 않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씩 정성을 담아 적고 전송 버튼을 누른다. 뿌듯한 마음에 한동안 기분이 좋다. 누가 보면 넋 나간 사람처럼 실실 웃고 다니기까지 하고.
오후엔 마침 행복 유발 문자의 주인공인 아들을 데리고 병원 검진을 가는 날이다. 오랜만에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니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도 사주고 기분 좋은 문자 보내줘서 고맙다고 얘기도 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미리 도착한 아들을 만났다. 궁금한 마음에 냉큼 묻는다.
엄마: 아들, 웬 일로 그렇게 이쁜 말을 보냈어? 완전 감동이었어. 혹시 누가 시킨 건 아니지?
아들: 도덕 시간에 샘이 시킨 건데, 근데 왜 그리 답을 늦게 했어.
띠로리~띠로리로~~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이승환 노래)'
허거걱. 땅바닥에 철퍼덕 절망스러운 이모티콘 포즈로 바닥에 엎어져 울고 싶은 심정이다.
이. 럴. 수. 가~
내 마음같은 이모티콘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다시 한번 묻는다. "그래도 진심을 담아 쓴 문자 맞지?"
"응~"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마지못해 답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선생님들이 참 애쓰신다고 생각하고 서운한 마음을 접는다. 병원 검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탄다. 화려한 실내장식을 한 내부와 동네 미용실에서 만날 법한 화려한 비주얼의 여자기사님을 만났다. "손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000이고 손님의 목적지인 □□□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하며 유쾌하고 씩씩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편안한 기사님의 모습에 무장해제되어서 일까. 아들은 갑자기 온갖 불만을 늘어놓는다. 엄마가 어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수학 레벌 테스트시킨 것이 내내 억울하다면서 엄마 말을 반대로 해서 복수를 하겠다는 둥, 어떻게 엄마 마음대로만 하냐고 타박을 하고. 치킨은 눅눅해지니까 꼭 치킨집에 가서 먹을 거라는 둥, 줄줄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짜증을 낸다. "아들아, 오늘 무슨 일 있니? 말이 좀 심하네. 이제 그만 하자!" 어금니를 꽉깨물고 화를 참으며 차분히 말한다. 좁은 공간에서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서 일까. 집에 오는 길 내내 사춘기 반항이 가득한 멘트가 우수수폭탄처럼 쏟아진다. 보다 못한 택시기사님은 껌을 건네시기도 하고 "애들이 크다 보면 가끔씩 삐딱할 때가 있죠?" 하시며 나를 위로하듯 동정의 말씀을 건네신다. 정신이 혼미해져 집에 도착한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대자로 누워 아들을 부른다. "**아. 아까 택시 안에서 왜 그랬어? 수학 테스트는 학원 선생님께 문의만 드린 건데 어제 바로 보는 건 엄마가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했잖아. 근데 막무가내로 네가 불만 불평을 낯선 사람 앞에서 내뱉으니 엄마가 조금 창피하고 속상했어." 말한다. 아들은 금세 미안한 표정으로 "사춘기잖아."하고 말한다. 허. 참~사춘기가 벼슬도 아니고 "다음부턴 안 그랬으면 좋겠어"하니 "눼~"하고 냉큼 답한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십 대다.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니 내 허리도, 내 머리도 흔들흔들 멀미가 나고 아찔할 수밖에. 그래도 자신의 상태가 사춘기임을 알고 스스로도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나도 아이들도 굴곡진 감정의 소용돌이를 서핑하며 사춘기라는 시기를 곡예를 하듯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지러워 넘어져도 잡아주고 안아주는 것이 엄마의 일이겠지. 울렁울렁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타서일까, 이른 저녁부터 피로가 훅~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