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나도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워도 좋은 날~ 지난밤에는 느닷없는 디스크 통증 때문에 밤새 잠을 설쳤다. 몸을 뒤척이고 전기매트를 켜고 뜨끈히 허리를 지져봐도 소용없다. 어차피 더 잠자긴 글렀으니 주말 포인트 쌓기나 해야겠다생각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새벽 6시,
몸을 움직이면 통증이 가실까 싶어 일거리를 찾아본다. 지난밤에 사둔 김밥 재료를 모두 꺼낸다. 달걀 6개 꺼내 깨고 휘이~저어 지단을 만들고 오이는 껍질을 벗겨 자른 후, 소금에 절여둔다. 당근은 가늘게 채 썰어 센 불에 휘리릭 볶고. 햄, 어묵, 맛살도 차례대로 살짝 구워 길게 잘라둔다. 단무지, 우엉도 국물 쭉~짜내 네모난 큰 접시에 나란히 나란히 고이 담는다. 밥을 퍼서 양념을 하고 있으려니 남편이 일어나 나온다. 자연스레 김밥을 싼다고 선뜻 말해주니 쌩유베리 감사할 뿐. 뚝딱뚝딱 김밥 20줄을 싸고 가지런히 잘라 접시에 담는다. 동네에 친한 엄마가 큰아들 병간호로 집에 없고 그 집 아빠까지 코로나에 걸려 졸지에 초1 여동생의 유일한 보호자가 된 둘째 아들, 착한 초등5학년 소년을 위해 이쁜 김밥만 골라 소박한 도시락도 준비한다.
올망졸망 애정포인트 도시락
요즘처럼 갑자기 찬바람이 불어 스산할 때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원한 국물이 필요한 법, 멸치와 무를 넣고 뜨끈한 어묵탕도 끓여 김밥과 같이 내어놓는다. 식구들은 일어나는 데로 한 접시씩 뚝딱 해치우고 나른한 집콕의 여유를 즐긴다. 이렇게 계절 맞춤형 요리로 행복 포인트 획득!
햇살 가득한 날,
온몸이 근질근질, 부른 배를 두드리며 아침 산책을 준비한다. 근처 도서관에 예약해둔 책도 찾을 겸 옷을 챙겨 입고 나간다. 아침부터 핸드폰에 빠져있는 막내딸을 살살 달래 같이 나가자고 한다. 자기는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 테니 엄마는 도서관에 다녀오라고 극구 사양한다. 그런데 막상 나와보니,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는 한산하기만 하고. 같이 놀 친구가 없어 풀이 죽은 막내딸을 다시 한번 꼬셔 본다.
엄마: 엄마랑 도서관 갔다가 티타임 할까?
딸: 네~
마지못해 따라나서긴 했지만 집 앞 가로수 길, 총천연색 단풍을 보더니 금방 신이 났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형형색색 낙엽을 모아 작은 꽃다발을 만들며 걷는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 찍자고 하니 앙증맞은 포즈로 환하게 웃는다.
낙엽부케 이쁘지요?
가을 단풍을 잔뜩 들고 부랴부랴 버스를 탄다. 도서관에 내려 예약해둔 책을 빌리고 막내도 좋아하는 책을 빌려 바로 옆 작은 카페로 간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카페는 막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 고양이를 찾는다며 작은 탐험가가 된 듯 카페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구경하며 공간을 탐색한다.
작은 일상을 함께 하는 행복 포인트 쌓기
디스크 통증이 재발되어 결국, 다시 입원하기로 했다. 엄마 없이 또 며칠을 보낼 초2 막내딸이 안쓰럽다. 몇 번 입원을 하고 나니, 이제 엄마 없이도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어 걱정할 것이 별로 없지만 마음 한편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별 것 아니지만 이렇게 주말을 같이 보내는 소소한 일상의 포인트가 엄마의 빈자리에 쓰여 빈틈없이 꽉 채워 주길 바랄 뿐.
나는 내 곁의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고 작고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이 시간을 "사랑의 포인트 쌓기"라고 부른다. 틈나는 데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많이 쌓아두면 힘들고 어려운 때에 이 포인트의 힘을 써서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소박하고 친절한 마음 나눔을 꾸준히 해두면 내가 지치고 필요한 순간에 누군가가 기꺼이 쌓아둔 포인트를 꺼내 나에게 응원의 힘을 전해주지 않을까. 나는 이렇게 사랑, 행복 쌓기 포인트의 힘을 믿는다.
따뜻한 티타임 행복 포인트 적립
따뜻하고 부드러운 커피와 몽글몽글 복숭아 살이 씹히는 차가 오늘따라 더욱 달콤하다. 가을볕이 좋아 버스 대신 걷자고 했다가 오는 길 내내 딸의 투정을 면치 못했지만 내가 없는 동안 부릴 투정을 먼저 다 쓴 거라면 그것 또한 참 고마운 일이다. 미리 준비한 엄마의 행복 포인트는 막내딸의 마음 속에 몇 점이 되어 쌓여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