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골목을 돌고 돌아 다시 함덕 바다다. 이곳에 온 목적은 오로지 바다였다. 푸른 바다를 원 없이 보고 싶었다. 어제저녁과는 달리, 오후에 만나는 바다는 또 다른 색깔, 또 다른 모양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구름과 맞닿은 바다
이쪽에서 보고 저쪽에서 보고 돌고 또 돌아도 같은 바다지만 서로 다른 모습이다. 저 넓은 바다도 이렇게 수시로 바뀌는 데, 인간은 어리석게도 사람이 변치 않기를 바랄까. 한없이 약하기만한 인간은 사람들은 어떤 환경, 어떤 상황에 처해있냐에 따라 바뀌고 또 바뀔 것이다. 나 자신도 어찌 바뀔지 모르면서 왜 남이 바뀌는 것에는쉬이노여워했을까.그저 내가 보는 관점을 살짝 바꾸어 보면 될 것을. 새삼스런 잡념이 뜬금 없이 찾아든다.
놀멍 쉬멍 다니고자 했던 계획은 보물찾기 하듯 한 곳 두 곳 야금야금 새롭게 만나는 골목투어 덕분에 만 오천 보나 걷는 엄청난 기록을 남기고우린 호텔방에 대자로 누워 작렬히 전사했다.
잡으려 하지 말 걸 그랬어.
이튿날 아침, 떠나는 아쉬움에 못내 참지 못하고 또다시바다에 나왔다. 한 없이 아름답기만 한 저 먼바다를 하나라도 더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보려 애쓴다. 반복되는 일상, 바쁜 도시생활로 돌아가도 지금 이 감흥이 유효할까? 아쉬운 마음에 사진이라도열심히 찍어본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길게 이 풍경을 마음 속에 남길 수 있지 않을까 미련한 기대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