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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Nov 13. 2022

[함덕] 하나만 투어:  골목투어

디스크 환자의 살금살금 제주여행기 (3편)

금강산도 식후경 : 보말 특집

둘째 날의 오후 일정을 시작한다.

사려니 숲길에서 피톤치드를 한껏 들이마시고 다시 함덕에 돌아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때가 되어 다시 먹을 것을 찾는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이 해변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다 면을 파는 식당을 발견, 보말 특집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보말칼국수, 보말죽 런치

손톱만 한 보말이 돌돌 말려 칼국수 사이에 숨어있다. 매생이랑 같이 우려낸 국물이 시원한 바다의 맛을 전한다. 고소한 쌀 속에 박힌 작은 초록 보말 속살이 문득문득 씹히는 보말죽은 참으로 부드러웠다.


사랑스러운 브런치 카페: Holidayholic

 맛있는 식사를 하고 소화시킬 겸 골목투어를 다시 시작한다. 엉금엉금 나즈막한 언덕을 오르며 느릿느릿 걷다보니 빨강색 벽돌과 민트색 출입문이  이쁜 사랑스러운 카페를 만났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사랑스러운 Holidayholic 입구


통창으로 햇볕이 충분히 들어오게 한 인테리어와 따뜻한 느낌의 원목 테이블이 보이고 같은 듯 다른 모양의 의자가 단조로운 배치에 재미를 더해 준다.


깔끔하고 모던한 내부인테리어

뭔가에 홀린 듯 들어오게 된 카페, 너무나 멋진 비주얼에 결국 음료와 디저트를 시키고 말았다. 뒷문을 열고 나가니 고운 가을볕에 하얀색 테이블이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다. 자연스럽게 다가가 슬그머니 몸을 내려놓는다.

비쥬얼 깡패, 디져트 입장!

옴마야~ 진짜 이것은 무엇. 햄과 치즈 그리고 잼이 적절히 조화된 트리플 토스트와 누텔라와 바나나가 사이사이에 숨겨진 팬케이크, 그 위에 올려진 아이스크림까지. 아, 비주얼 깡패다. 눈으로 보는 맛에 한 번, 혀끝으로 살살 녹는 그 맛에 또 한번 흠뻑 빠진다.


마침, 가을볕이 덥지도 춥지 않게 적당하다. 부드럽고 달달한 디저트에 깔끔한 홍차까지 한 모금 들이키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그렇게 우린 양지바른 자리에 나른한 고양이가 되어 한동안 꼼작도 않고 가을을 즐겼다.


조용한 쉼표를 찍고 가요. 작은 서점 투어.

디저트 카페와 나란히 위치한 만춘 서점, 자그마한 공간 안에 주인장이 엄선한 좋은 책들이 올망졸망  가지런히 놓여있다. 잠시 서서 이 책 저 책 뒤적이고 이런저런 소품들도 구경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만춘서점 입구


감각적으로 꾸민 멋진 공간에 감탄하고 모처럼 얻은 독서시간에 머릿속까지 맑아진 느낌이다. 

이쁜 책 선반

작은 서점이 두 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었고 책의 구성도 다양해서 한동안 조용히 책을 읽고 사색하는 호사를 누리다 또다시 걷는다.


다시, 바다
다시 바다

골목골목을 돌고 돌아 다시 함덕 바다다. 이곳에 온 목적은 오로지 바다였다. 푸른 바다를 원 없이 보고 싶었다. 어제저녁과는 달리, 오후에 만나는 바다는 또 다른 색깔, 또 다른 모양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구름과 맞닿은 바다


이쪽에서 보고 저쪽에서 보고 돌고 또 돌아도 같은 바다지만 서로 다른 모습이다. 저 넓은 바다도 이렇게 수시로 바뀌는 데, 인간은 어리석게도 사람이 변치 않기를 바랄까. 한없이 약하기만 인간은 사람들은 어떤 환경, 어떤 상황에 처해있냐에 따라 바뀌고 또 바뀔 것이다. 나 자신도 어찌 바뀔지 모르면서 왜 남이 바뀌는 것에는 쉬이 노여워했을까. 그저 내가 보는 관점을 살짝 바꾸어 면 될 것을. 새삼스런 잡념이 뜬금 없이 찾아든다.


놀멍 쉬멍 다니고자 했던 계획은 보물찾기 하듯 한 곳 두 곳 야금야금 새롭게 만나는 골목투어 덕분에 만 오천 보나 걷는 엄청난 기록을 남기고 우린 호텔방에 대자로 누워 작렬히 전사했다.


잡으려 하지 말 걸 그랬어.

이튿날 아침, 떠나는 아쉬움에 못내 참지 못하고 또다시 바다에 나왔다. 한 없이 아름답기만 한 저 먼바다를 하나라도 더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보려 애쓴다. 반복되는 일상, 바쁜 도시생활로 돌아가도 지금 이 감흥이 유효할까? 아쉬운 마음에 사진이라도 열심히 찍어본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길게 이 풍경을 마음 속에 남길 수 있지 않을까 미련한 기대를 하면서.


가을 바다

그저 앉아서 바다나 더 보고 올 것을

그저 귀를 열어 파도소리  듣고 올 것을

무엇하러 그 찰나를 잡으려

소중한 지금을 희생했을까.

소리도 공기도 없는 사진 위에

빈약한 낱말이라도 몇 개 얹어두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을까.

버리려고 애썼던 욕심들이 덕지덕지 붙어

지우고 고치는 기록들로

아쉬움을 달래는 잠 못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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