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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Nov 23. 2022

그림과 사진 사이 : Color in life

<전시 리뷰> 프랑코 폰타나


장소 : 마이아트 뮤지엄 (삼성역 4번 출구)

● 일정 : 2022.09.03~2023.03.01


이번 주 아티스트 데이트는 "프랑코 폰타나"다. 전시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쨍한 색감이 정말 인상적이다. 포스터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그림에 끌리듯 . 한가한 평일 오후, 통원치료를 마치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근처 미술관을 기어코 찾아간다.


Landscape : 그림과 사진사이

폰타나의 작품 자체도 원색적이지만 작품을 품은 벽도 원색으로 눈에 확 들어온다. 작품과의 조화를 고려한 듯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작품이 더욱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작품들은 분명 풍경을 찍은 사진인데 수채화나 유화로 그려낸듯 모호한 신비감을 자아내며 한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삐뚤어져 찍었네요. 죄송~^^

여러 사람이 같은 곳을 가도 포착한 풍경이 다르고 찍은 사진이 다르듯이 역시 작가의 눈으로 찍은 사진은 다르다. 똑같은 카메라를 쓰겠지만 결과물은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큐레이션도 재밌었다. 특히나 아래 작품에서 위쪽 중앙에 해처럼 빛나보이는 것제로 해가 아니라 전시실의 조명이다. 조명빛을 해처럼 비추게 해서 또다른 작품이 된 것이다. 이또한 우연의 일치를 가장한 예술품인 듯~

작품 배치로 또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버리는  클래스~


아. 이건 또  마스터피스! 이게 진짜 사진이라고??

쨍한 노랑과 푸른 하늘의 대비. 지평선으로 정확히 반을 가른 구도로 강한 흡입력을 준다.


Urbanscape : 그림으로 여행하는 맛


이 도시는 어디일까? 몬드리안의 그림이 생각나는 아래 작품들은 모두 미국의 한 도시에서 찍은 사진이다. 몇 가지 색을 정확히 대비시켜 직사각형이나 삼각형 도형으로 만들어진 형이상학적 배치를 발견하고 사진으로 포착해낸 그의 탁월한 심미안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원색의 배경에 작가가 그림처럼 담은 사진은 추상화처럼 도형이 일정한 비율, 보색의 대비로 보는 내내 눈이 즐겁다.


로스앤젤레스, 뉴욕, 휴스턴, 피닉스를 내가 여행했다면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도슨트가 누누이 강조했던 것처럼 작가 프랑코는 기술적으로 인위적인 변형을 가하지 않고 물체와 풍경이 주는 그대로를 다만 다른 시각과 앵글로 담아냈다고 한다. 그래서 멋진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 오랫동안 기다리고 많은 시도를 했었다고.


Humanscape: 다른 생각이 만든 다른 사진들


사진은 보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여야 한다.


누군가 내게 미술이 왜 좋냐고 묻는 다면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어서라고 말할 것이다. 특히, 프랑코의 작품에서는 다르게 보는 재미를 톡톡히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Humanscape ] 사람을 포함시킨 작품 속에서도 천편일률적인 포즈와 장면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많다. 일탈의 미가 새로운 장르가 된 것일까.


,
내게 사진은 하나의 핑계일 뿐이다.
풍경이든 사람이든 상관없이
스스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우리 자신의 일부다.


그날 그곳에 그 차가 그 사람이 그 사진가가 우연한 시간에 만나 작품이 탄생했다. 작가의 주변을 둘러싼 그 많은 것들 속에서도 그는 빨간 차와 빨간 건물, 빨간 문이 있는 그곳을 찾아냈고 마침 검은색 티셔츠와 빨간 모자를 쓴 그 남자를 운명같이 만나 사진이 되었다.


 작가의 눈으로 보면 우린 그림같이 아름다운 찰나 사이를 무심코 지나다니며 살고 다. 결국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고 구성해내는 것이 아니라  도처에 널려있는 그 멋진 순간을 발견해내는 것 뿐일 수도 있겠다. 이를 위해서는  세월에 걸쳐서 키운 전문성과 안목, 이를 바탕으로 원하는 장면을 포착해 담는 순발력과 판단력필수일 것이고. 이것을 작가 프랑코는 생각이라는 그릇에 담아 사진으로 완성해낸 것이 아닐.


어디서 나온 작품인고?

이 작품들이 나온 공통적인 장소가 있다. 어디일까? (재미 삼아 자세히 보고 한번 추측해보세요.)

이곳은 바로 아. 스. 팔. 트


어떻게 아스팔트에서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맨홀 구멍 하나 보도와 인도의 안내선들이 이런 형이상학적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사진은 그저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금 달라도 괜찮아. 그게 바로 재미란다.

길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공사장 풍경이 그의 손을 거치자 멋진 작품이 되었다. 프랑코의 작품은 결국 사물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민감한 반응을 통해 나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로 버려진 사진들이 많았을 거고, 멋진 순간을 포착하는 결단으로 만든 작품도 있었겠지만 우물쭈물 우유부단함에 사그라든 작품도 많았으리라. 우린 최종의 가장 멋진 작품만 감상하고 박수를 치겠지만 수많은 실패 위에 올라선 당당한 최후의 것임을 우린 짐작할 수 있을까. 거장의 모래알 같은 노력의 세월은 이제서야 희미한 회심의 미소로 작가 자신만 아는 보람으로 빛나고 있을  것이다.


90세를 넘긴 프랑코 폰타나, 이탈리아의 작가의 정열적인 세계를 고스란히 서울 삼성역에서 볼 수 있었다.


그는 우물쭈물 어찌할 바 모르며 내 안의 욕구에 반응하는 것을 유보하며 살았던 나에게 말하는 것 다.


걱정 마, 바로 지금이야.
뭐든 너의 생각으로 표현해봐.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두려움에 가득 찬 세상 사람들에게 조금 다르게 살아도 돼. 그런 다른 시각들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재미란다. 그는 경쾌하게 사람들의 등짝을 후려치며 조언하며 카메라로 경쾌하게 그려낸 즐거운 세상을 내어 놓았다. 그의 그림을 보고 나오니, 칙칙한 상념의 늪에 갇힌 내가 즐거운 색채의 향연에 흠뻑 몸을 담구었다 나온 느낌이랄까. 출구를 져 나올 때는 달달한 그림이라는 술에 빠졌다 나온 사람처럼 두 볼이 불그레 상기되어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재밌는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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