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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Dec 06. 2022

투머치 역지사지? Oh~ No!

순도 100% 오지라퍼 사용설명서

지금, 그 말씀 저를 위한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상사가 행정적 업무의 편리를 염두해두고 나의 선택을 자신이 편한 쪽으로 교묘하게 유도하는 걸 나는 눈치챘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은 나를 위하는 척, 내 건강을 걱정하는 척 돌려대는 말에 치가 떨려 말을 내뱉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못했다. 왜 나는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할까? 답답한 마음에 유튜브를 폭풍 검색한다. "남한텐 잘하지만 스스로 망가지는 유형" 헉, 제목을 보는 순간 '나다!' 라고 생각하고 클릭한다. 영상을 열심히 보고 정리하며 마음에 남기고 글로 새긴.


https://youtu.be/wofztQwAS3g

 심리상담사 함광성 선생님은 이런 유형으로 다음 5가지가 있다고 하신다. 인간은 원래 나약한 존재라 갈등을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존재라고 하시며 친절하고 차분한 설명 해주신다. 귀에 쏙쏙 박힌다.

1. 벌꿀 오소리형


출처: https://m.blog.naver.com/subusunews/221241232347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동물로 알려진 벌꿀 오소리처럼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모두 상대에게 공격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유형이다. 실은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은 공격이 아니라 방어에 가까울 수도 있다고.

2. 자기 불신형


자기가 하는 행동에 대해 정당한지 신뢰를 못 하는 유형, 자기 행동이나 생각이 맞는지 다른 사람에게 묻고 다닌다. 이런 사람에게 "당신 딸에게 이런 일이 있어도 괜찮을까?"라고 물어보면 용기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3. 타인 불신형


내가 이 말을 하면 타인이 나를 신뢰하지 않고 싫어할 것이다라고 믿을 때,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한다.

4. 과도한 역지사지형


  "내가 이런 말을 하면 타인이 얼마나 힘들까."생각하며 심하게 남만 공감해주는 타입. 나를 공감해주지 않는 상태다. 심하면 죄책감, 자기 비하에 우울까지 겪게 됨. 딱 나다. ㅜㅜ




지금도 후회되는 일은 몇 년 전 아들의 왕따당했던 때의 일이다. 아들이 친구들이 자기를 따돌린다는 말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괜한 의심 "네가 혹시 딴 친구 괴롭힌 거 아니냐?"며 아들 말을 자세히 듣지도 않고 다른 아이들 편이 되어 아들을 모질게 꾸짖었다. 그런데 아들의 말은 사실이었고 나는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도 아들보다 가해자인 상대 아이에게 지나친 역지사지 정신을 발휘하며 상대의 사과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결국 상처투성인 채로 일이 마무리했다. 집에서 생각하면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어쩔줄 몰라하다가도 막상 상대를 보면 화난 감정은 없어지고 완곡한 청유만이 입밖으로 나올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역지사지가 부른 바보같은 위선


우리 아들이 뭔가 네에게 잘못한게 있니?

아니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이라 오해할 수 있어. 혹시 잘못한게 있으면 서로 사과하고
다음부터는 피하거나 따돌리지말고 사이좋게 지내자.


내 아들도 완벽하지못하기에 차마 남의 집 자식도 따져물을 수 없었다. 나는 오만가지 생각으로 복잡한 고민끝에 교과서같은 말들만 힘없이 내뱉었다.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했을까. 상대 부모는 참으로 모질게도 작고 사소한 아들의 잘못을 샅샅히 찾아내고 나에게 고해바치며 상스럽게 핏대를 세우며 말그대로 짖어댔다. 처음이었다. 그런 사람은. 난 그 괴로운 말들을 참아낼 재간이 없어 멍하게 있을 뿐이었다. 난 참 바보였다.


머릿속에 맴도는 그 험한 말들을 몇일 밤낮동안 생각하고 정리하고 상대를 만난다. 나는 대화하고자 했지만 상대는 싸우자고 했다. 그래서 난 그만두었다.


뒤늦은 사과를 한 건 나였다.


 못난 엄마였던 나를 아들에게 뒤늦게 고백했다. 그리고 사과했다. 그일이후, 몇년이 지나 아이들은 이제 관계를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못난 엄마였던 내가 지금까지도 한없이 밉고 후회스럽기만 하.


영상 속에서 선생님은 말한다. 정말 화가 나는 순간에는 상대가 아니라 나의 요구에 더 민감해지라고. 나를 먼저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상대도 진정으로 공감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늘 밖으로 향한 배려의 마음,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나를 돌봐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보다 먼저였던 것 같다. 정확히 모르겠지만 교사라는 서비스직의 특성상, 미성년자들을 대하고 다양한 학부모들을 대하며 체득한 가장 안전한 방법인 희생과 배려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게 된 것이 아닐까. 혹은 성직자에 준하는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문화적인 압력과 기대에 부흥하고자 나도 모르게 혹독하게 나 자신을 훈련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내가 화를 내면 벌꿀 오소리 같이 공격적인 사람으로 남들에게 비칠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어서 인지, 지금도 나는  화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고 어렵다.


'화'를 피하지않고 직면하기.


연습하세요.
내가 불편한 것을, 화가 나는 것을
미리 말하는 연습을 하거나
적어보는 것도 좋아요.


 영상속에서 상담사선생님은 이렇게 말하며 연습하라고 했다. 40대 중반이 되었다. 이제 제법 나 자신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잘 대응했던 걸로 생각했다. 공격적이고 이기적인 표현은 삼가고 완곡하게 돌려서 내 의견과 선호를 말하고 점차 세련되게 내 요구를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아주 가끔씩은 요즘 말로 뚜껑이 열릴 만큼 분노의 순간은 있었고 나는 또 여전히 그 분노를 어쩔 줄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발견하곤 다.


내 안의 화는 그대로고 후회로 잠 못 드는 밤이  있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내 안의 아이, 상처받고 있는 아이의 소리를 듣고 위로해야할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려는 누군가에게는 강요된 고통일 수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았다. 내 안의 '화'라는 감정은 버릴 것이 아니라 표현해야 할 것이었다. 화, 서러움, 억울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불편함을 즉시 처리해줘야할 위급한 감정 사안이었다. 스스로에게 다시한번 말한다. '화'라는 경고음에 긴급출동할 때는 바로 지금이고 돌봐주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그리고 내 가족이 먼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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