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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Dec 28. 2022

브런치북 당선에는 탈락했습니다만

백. 백. 백일잔치 에필로그

축하합니다.
100번째 글을 완성하셨네요!


 지난해 12월 9일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이후 꼬박 1년간 꾸준히 글을 써서 올렸다. 스쳐간 생각, 만난 사람들, 머물렀던 공간, 즐거운 이벤트, 슬픈 사건들 다양한 생각들이 하나씩 글로 풀어져 나왔다.  그간 쓴 글들을 모아 3권의 브런치북으로 엮어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결과는 탈락. 실은 다른 출전자들의 글 몇 편을 보고는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어마어마한 실력자들에, 신선한 소재에, 글발도 대단했다. 그런데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탈락했다고 해서 내 소중한 일 년이 탈락은 아니잖는가. 스스로 그간 애쓴 일 년을 자축하는 파티를 열어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그것은 "백. 백. 백일잔치", 백명의 구독자와 백개의 작성글을 쓴 백일 된 아기 같은 초보작가의 생존을 자축하는 셀프파티로 즐거운 연말을 보냈다.


 백. 백. 백일잔치는 지난 한 달 동안 만나는 지인 구독자들과 <화요일>의 글을 읽고 느낀 것들을 나누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총 30~40명의 지인들과 10번 정도의 모임을 통해 지인들의 고마운 답변과 온라인 설문응답을 받고 엄청난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글 나와라! 뚝딱~

 글이 마법주문을 외면 뚝딱 나오면 좋으련만 글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작고 세분화된 과정을 거쳐 나온다. 돌이켜보니 내 글쓰기엔 나름의 루틴이 있었다.


1단계 : 주제나 키워드, 중심생각 잡기

2단계 : 주제에 맞춰 앞과 뒤의 연결성을 만들어 이야기로 만들어내기.

3단계 : 한 단락에 한 이야기로 일관성 있고 적합하게 표현하기.

4단계 : 단락과 단락, 문장과 문장의 인과관계 확인하기

5단계 : 맞춤법 확인하기, 그림/사진 넣기

6단계 : 발행하기

7단계 : 수정하고 또 수정하기


맛있는 글을 완성하는 아티스트웨이

 글 쓰는 과정이 재밌었다. 먼저 초안을 작성하고 그 글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 비로소 읽을만한 글이 완성된다. 음악가가 노래를 작곡하면 이런 느낌일까. 화가가 그림을 그리면 이런 느낌일까.


나에게 글을 쓰는 과정은 요리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머릿속 호수에 떠다니는 생각을 공상이라는 낚싯줄을 내려 잡는다. 잡아 올린 생각 중 좋은 글감을 골라 바로 신선한 글쓰기의 재료로 쓴다. 잡아 올린 글감이나 주제에 적합한 단어를 찾아 넣고 새콤달콤, 쌉싸름한 맛을 표현하기 위해 딱 맞는 형용사나 부사라는 조미료도 넣는다. 여기에 알맞은 에피소드나 인용문을 추가해 고명으로 올려 얹으면 더욱 먹기 좋은 글이 완성된다.


건강식 같은 소화 잘 되는 글을 쓰는 건 또 다른 단련이 필요하다. 이 단련의 유무에 따라 고수와 하수를 나누곤 한다. 이 과정은 초안이라는 글반죽을 수십 번 치대고 주무르고 숙성하는 기나긴 수정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알맞은 조사와 어미와 서술어, 글의 순서와 논리적 연결까지 잘 살펴야 맛난 글이 완성된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맛난 글을 만드는데 필요한 적합한 도구를 제공해 주었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 만든 따끈따끈한 글요리를 전할 수 있는 초특급 배달앱이 되어주었다. 몇몇은 "구독자" 클릭으로 단골표시를 하고 "좋아요♡"하트로 맛글 인증을 해주셨다. 이런 상호작용은 글쓰기의 재미를 촉진시켜주는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딱 지금, 이 생각에 집중하는 자유

글쓰기의 주제를 잡고 글을 쓰는 과정은 내 안의 작은 예술가를 만나는 과정이었다. 이것은 마치 어린 시절, 밖에서 엄마가 "밥 먹어"라고 부를 때까지 열심히 놀이하던 때와 같은 집중력을 발휘하게 해 주었는데 놀이의 흐름이 중요하듯 글쓰기의 흐름을 타고 내 안의 아티스트가 발현해서 창작을 하는 그때는 그 어떤 방해도 그 집중의 시간을 막아내긴 힘들었다. 진정한 몰입의 순간이었고 진실된 창조의 순간이었다. 고작 100개의 글을 써놓고 때 이른 환호를 바란다기보다는 100개의 글이 1000개의 글이 될 씨앗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찬찬한 시작과 끈기에 자축하고 싶은 동심 어린 마음일 뿐이다. 막 처음 일어서서 첫 발을 뗀 꼬마작가가 혹독한 비평과 부족한 실력에 낙심해 넘어질까 두려워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지인들과 함께 한 백. 백. 백일잔치는 큰 힘을 주었다.


백번째 구독자에게 선물전달하기

p.s. 백 번째 구독자에겐 선물을 주기로 약속했었다. 당첨자는 근무했던 중학교 밴드부 제자. 마침 우리 집에 오던 날 작은 선물을 증정하고 기념사진도 한 장 찰칵! 뜻깊은 순간이다~!!  


화요일에게 말해주세요~

 직접 만나지 못한 독자님들에게는 넙죽 설문링크를 보냈다.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독자님들은 작가 화요일이 궁금해하는 세 가지 질문에 다들 정성스러운 답을 전해주었다.


빛나는 <화요일>이 되어가기

   사람들과 내가 쓴 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쑥스럽고 민망한 일이었다. 그래도 한 마디씩 진심 어린 조언을 듣고 내가 쓴 글에 대한 생각을 들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갈 때는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이렇게 쭉 나열할 수 있었다.


꾸준히 가기, 힘들 땐 쉬어가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쓰기

희로애락, 다양한 소재로 글 써주니 좋았다.

나와 닮은 점이 공감되었어요.

솔직함과 진실함이 읽혔어요.

책을 내주세요.

건강하세요.


또박또박 고민해서 적어내렸을 한 문장, 한 문장을 고맙게 새기고 기억합니다.♡

100명의 구독자, 100개의 글을 쓰고 마무리한 2022년은 작가 화요일에겐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는 것은 나에게는 무엇을 남겼을까.


용기 내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그림자를 드러내어 용기 있게 나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더디지만 쉬지 않는 나를 칭찬하기

주변사람들과 즐거운 경험을 글로 함께 하기

좋은 곳, 좋은 일, 좋은 생각을 정리하기

내 생각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새로운 형태, 글로 재탄생시키기

그림자안의 빛나는 나를 끄집어내기


최근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를 재밌게 읽고 있다. 칼 융의 심리학을 쉽게 설명한 책인데 최근 본 심리상담 유튜브에서 언급된 "그림자 이론"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되었다.


그림자는 우리의 의식으로 적절하게 통합되지 않는 부분이며 우리가 멸시하는 부분이다. (중략)
그림자가 자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집적할 경우에는 통제할 수 없는 분노로 작열하거나, 한동안 우리를 헤매게 하거나, 무분별하게 만든다. (p.21)

글을 쓰며 발견된 내 안의 그림자는 때론 나를 놀라게도 실망하게도 죄절하게도 만들었다. 그러나 예전에는 보기 싫어 도망쳤던 안의 그림자를 적어도 이젠 직면하기 시작했으며 그것을 알아보고 싶기도 하고 인정하고 안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재밌게도 우리가 영웅을 숭배하는 것도 순전히 그림자 때문이라고 책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즉, 우리가 가진 최고의 특질을 자기 것으로 수용하지 않고 타인에게서 그것을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융은 분석을 할 때 이렇게 경고했다.
'환자의 벽장 속에서 해골을 끄집어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지만,
그림자로부터 황금을 끄집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내 안의 그림자를 끄집어내는 것은 보기 싫은 그림자를 직면하는 것과 같다면 멀리 먼 훗날, 위대한 영웅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단한 그 무엇이나 가능성, 예술성을 발견하는 것은 그림자안에서 황금을 끄집어내는 것과 같다. 그림자를 열심히 파고 들어가 보니 이제야 깊은  검은 동굴 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작가 화요일의 가능성일까. 무엇이 되어 비로소 완성될까. 나에게는 올 거라 생각하지 않은 내가 지은 책 한 권일까.


궁극적으로 하느님(혹은 자기 자신)은 자아보다 그림자를 선호하신다.
그림자는 아주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중심,
즉 진정한 우리 자신과 훨씬 가깝다.


'브런치북 탈락'안의 그림자를 깊게 파고 들어가 보니, 브런치북을 발간하기까지 꾸준한 글 쓰기로 진정한 내 자신에 더욱 가까이 와 있음을 깨닫는다. 이제 비로소 빛나는 황금같은 <화요일>을 맞을 때인가. 가슴이 두근두근 ~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빛나게 될 <화요일> 잘 지켜봐 주세요. 초보작가 화요일의 2022년 100번째 글 여러분의 사랑으로 화려하게 마감합니다.


여러분, 반짝반짝 빛나는
2023년 되셔요!
Shining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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