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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Dec 14. 2021

태양을 피하고 싶은 아이

사. 사. 모 (사춘기아이들과 사십대 엄마) 공존 일기


지난여름휴가, 아이들이 아직 깨지 않은 새벽. 혼자 침 산책을 나섰다. 오늘은 어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걷는다. 에효~ 근데 너무 덥다. 해님 방긋~딱 정면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빛으로 나를 버선발로 맞이하는 기분이다. 온 빛을 다 주려는지 따뜻하다 못해 이러다 내가 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래도 오늘은 이 풍경을 담아야지 하는 욕심에 해가 있는 쪽으로 카메라 렌즈를 향하고 사진을 찍는다. 눈은 뜨지도 못한 채로...

갑자기 생각에 잠긴다.
'맞아. 좋은 것도 넘치면 해가 되는 거지. 해가 너무 뜨겁거나 너무 밝으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처럼 무언가 좋은 것도 넘치면 곧 질리거나 무용지물 취급당하기 일쑤잖아'. 혼잣말을 한다.

언제나 필요할 때, 딱 쓸 만큼만 줘야 하는데. 그게 안되고 늘 모자라거나 넘치거나 둘 중 하나만 있는 건 왜일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다. 애정과 사랑을 딱 필요한 만큼만 줘야 하는데 이 나이가 되도록 양 조절을 못 해 실수투성이다. 큰 애들한테는 모자라고 막내에게는 넘치고 그렇다. 가끔 나는 좋은 엄마가 되긴 글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운 말하는 큰 애들한테는 말도 걸기 싫고 신경질만 내고, 주면 주는 데로 시키면 시키는 데로 잘 받아먹는 막내에겐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맘을 드러내는 나쁜 엄마니까 말이다.

불현듯 생각이 스친다. '큰 애들한테는 어두운 밤을 지킬 정도만 있는 듯 없는 듯 달빛처럼 은은한 빛을 줘야 했었나? 큰 애들은 이제 자기의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데 엄마가 예전 같은 밝고 빛나는 것을 똑같이 주면 너무 뜨거워서 도망가게 된 건가? 빛을 거두어들이면 춥다 하고 반대로 너무 많이 줘서 뜨겁다고 했었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진다.

'앗. 이제는 예전과 같은 쨍한 사랑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사랑을 줘야 하는구나. 그들 가는 길에 스스로 빛을 만들어 밝혀 나아가도록 내 빛은 줄어야 하는 거였구나. 내 사랑의 빛에도 강, 약 조절 버튼을 장착했어야 했는데, on/off 버튼만 있었네.'

 이른 아침 산책길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얻고 '유레카'를 외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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