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예악 해둔 표가 있였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시간은 흘러버리고 1.31까지 사용해야 하는 표라 아침 일찍 부랴부랴 다녀왔다. 전시관에 도착하니, 벌써 줄 선 사람들이 많다. 추운 날씨에 이른 아침부터 10~20분 잠깐이라도 기다리려니 많이 춥다. 드디어 10시 입장 시작. 오늘은 카톡갤러리님들과 함께 하는 여정으로다가 실시간으로 인상적인 그림을 찍어 나누며 원격실시간 동시감상을 시도해 본다.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왕가는?
합스부르크는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왕가로 서양 미술을 대표하는 유명한 예술가들의 후원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루벤스, 벨라스케스, 반다이크 등이 합스부르크가 의 도움으로 활동한 화가라고 한다.이번 특별전에는 합스부르크가 수집하여 빈미술관에 소장하고 있는 작품 96점이 소개되었다.
어서오세요~
지난날을 생각하듯 생각에 잠긴 조각상은 카를 5세가 자신의 모습으로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전시장입구에서 어서 오라고 맞아주듯 흰 살결로 입구를 환히 비춰주고 있다.
헤라클라스, 대리석
무엇으로 그린 그림인고?
요새 다리와 물레방아가 있는 풍경, 조반니 카스트루치 추정
유화물감을 물에 풀어 생긴 것 같은 마블링과 원색으로 점점이 박아 넣어 표현한 것 같은 동화 속 모습 같은 이 그림은 놀랍게도 물감으로 그린 풍경화가 아니다. 이 그림은 보석류 석판을 형태에 맞게 깎아서 조립한 것으로 '보석 모자이크'라고 부른다. 한참을 들여다보며 요리조리 살펴봐도 색다른 질감에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이 여인은 누구?
머큐리의 경고를 받는 비너스와 마스, 마르톨로메우스 스프랑거
사랑의 여신 비너스는 남편인 불카누스보다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이 더 자주 그려진다. 이 그림에선 전쟁의 신, 마스가 함께 있다. 다른 남자와 놀고 있는 비너스를 날개 달린 모자를 쓴 머큐리 '여보세요. 비너스 씨, 이제 그만 좀 하시죠?' 꾸짖듯 쳐다본다. 그 말에 비웃듯, 비너스의 고운 살결과 관능미를 뽐내며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자태로서 있다.
중세판 패션왕, 페르디난트
페르디난트 카를 대공, 프란스 라워크스
화려한 붉은색과 '갈랑'이라고 불리는 풍성한 리본과 나비모양 매듭으로 온몸을 장식한 그는 페르디난트 카를 대공이다. 당시 그는 패션에 매우 민감하고 자신의 취향을 가감 없이 옷으로 표현하는 패셔니스타였음에 틀림이 없다.
완전한 가족의 모습, 이들은 누구?
성가족, 안제로 솔리베나
원형틀 안에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맞다. 성모 마리아, 아기 예수 그리고 요셉이다. 빛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기를 중심으로 마리아와 요셉이 안정적인 모습으로 아기를 호위해주고 있는 모습이다. 부드러운 표현과 섬세한 표정에 한 동안 눈길이 머문다.
어. 이 그림, 많이 봤는데~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딸인 테레사 공주다. 이 그림은 공주를 보고 싶어 하던 페르디난트 3세를 위해 그린 초상화라고. 이 그림을 어디서 봤지? 생각해 보니 이번 전시의 포스터에 나온 그림이라 더욱 눈에 익었었나 보다. 공주는 훗날 외삼촌 레오폴트 1세와 결혼하고 20세에 아기를 낳다 죽었다고 한다. 이게 그림일까 싶을 정도로 생동감 있고 정교한 붓터치에 한동안 넋을 잃고 본다.
공주의 그림 바로 옆, 공주를 혼자 두면 안될까 싶어 그랬는지 공주의 부모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스페인 왕 펠리페 4세와 그의 아내 엘리자베트이다. 화가가 이 두 그림을 세트로 구성할 것을 계산하여 몸의 각도를 서로를 바라보도록 살짝 비틀어 그렸다고 한다.
우리 집 한 켠에 들이고 싶은 꽃 한 다발
17세기 플랑드르에서 독립적인 장르로 발달한 꽃 정물화는 하나의 꽃병에 각기 다른 계절에 피는 꽃을 모아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꽃다발을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아버지를 따라 그림을 그린 얀 브뤼헐 1세는 꽃 정물화를 잘 그렸는데 '꽃의 브뤼헐'이라고도 불린다고 할 정도라고.
한 계절에 다 볼 수 없는 꽃이어서 그런지 꽃의 풍성함과 다채로움이 남다르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서 이렇게 영접할 수 있게 되다니. 우리 집 식탁 옆 벽에 걸어두었으면 딱 좋겠다 싶은 그림들이었다.
프랑스의 유명한 그 공주?!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1774년 루이 16세와 결혼한 마리아 안토니아는 마리 앙투아네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평생 '정치에 간섭하는 오스트리아 여자'라는 악평과 낭비가 심하다는 비판에 시달렸지만 패션에 있어서는 선구자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드레스의 영롱한 빛깔과 풍성한 치마의 느낌이 잘 살아나 있고 따로 떼어봐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부분 부분의 완성도가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만화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 네로가 좋아한 화가를 아시나요?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키우스
나그네로 변한 신들은 어느 날 마을을 방문한다. 집집마다 문전박대를 당하지만 이 노 부부만은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화가는 노인이 대접한 포도주가 줄지 않는 것을 보고 이들의 정체를 부부가 알아차리는 순간을 그렸다고 한다. 루벤스는 공방을 열고 장르별 대표화가들과 협업하여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만화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 네로는 시골마을에서 화가의 꿈을 키우며 할아버지와 사는 순박한 소년이다. 이 만화에서 네로는 화가 루벤스를 만나는 것이 평생소원이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실로 작가 루벤스는 작품의 완성도도 최고 였고 그런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른 화가들과도 협업하며 미술 사업가로서도 특출한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은둔자와 잠자는 안젤리카
21세기 최첨단 미술기행
혼자 미술관엘 갔다. 강제인듯 아닌듯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작품을 보여주며 함께 감상한다. 나중에는 그만하라고 할때까지 신나서 작품을 실어나르긴 했지만, 좋을 걸 나누는건 언제나 나의 기쁨. 하지만 때때로 나만의 기쁨이 아닌지 분위기를 잘 살펴야하는 건 필수! 오지랖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재 네덜란드에 여행 중인 지인에게도 국립중앙박물관의 미술작품을 찍어 보낸다. 그러면 지인도 그곳에서 본 그림들을 공유하면서 온라인 전시회가 무한 확장하고 만다. ㅋㅋ 재밌다.
실시간 카톡 도슨트
한동안 카톡으로 실시간 전시도슨트를 하다가 각자 용무에 지쳐 급히 마무리한다. 몸은 함께 하지 못해도 온라인 전시투어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유럽에서 실시간 진행중인 온라인 전시
합스부르크 전시에 왔다고 유럽여행 중인 지인에게 알린다. 비슷한 전시회 사진들이 올라온다. 단박에 유럽으로 날아가고 싶지만 올라온 사진들을 감상하며 간접체험한다.
추운 겨울, 아픈 몸, 이래저래 빠듯한 일정에 돈도 없어 여행은 못가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눈앞에 보이는 유럽의 작품들과 랜선으로 연결된 유럽의 미술관으로 눈과 마음을 터놓으니 자유롭게 어딘가를 신나게 여행하고 온 기분이다. 추운 겨울 뜨뜻한 미술관 구석 벤치에 앉아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 네로처럼 한 동안 루벤스의 작품을 감상하고 마리앙투아네트의 미모에 질투와 부러움을 느끼며 몇 시간 보내고 나니 슬슬 기분 좋은 여독이 올라온다. 오랜만에 느낀 낯선 곳의 신선함이랄까. 감흥에 젖어 그림 하나하나를 되새기며 한 시간 남짓 지하철여행의 지루함도 날려버린참으로 알찬 여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