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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Feb 21. 2023

그림 한점 입양했습니다.

<중년의 진로수업>

 가족들이 모이는 거실, 정면에 있는 TV 에만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싫었다. 재작년 이사하고 나서부터 계속 근사한 그림 한점 걸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애 셋 키우기도 빠듯한 살림에 그 비싼 그림을 들여놓는다 하면 '그 집 엄마 참 속도 없다.'라고 누군가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걱정 때문이었을까 생각만 할 뿐 여태껏 한 번도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괜찮은 그림은 워낙 비싸기도 해용기를 낼 수 없었고 말 그대로 그림을 그림의 떡처럼 늘 바라보고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했. 그러보니 참았던 욕구가 더욱 커지 되었나. 


어느 날, 눈여겨보던 그림렌털 업체에서 연초 이벤트를 진행하는 걸 발견했다. 기본 가격보다 50% 저렴하게 그림을 설치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신청을 하면 업체에서는 취향과 요구를 반영해서 그림을 추천해 주는데 그림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여차저차해서 드디어 그림 한점 우리 집에 멋지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엘리양, Chakra


집안식구들은 그림을 보자마자 다트판이냐 블랙홀이냐 이런저런 반응을 하고 이 와중에 막내는 멋지보기 좋다 해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역시 막내는 눈치와 생존능력이 탁월하다. 렌털이고 고가의 물건이라 부담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림 한 점이 색다른 대화의 물꼬를 터주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벤트가 끝나면 다시 비용이 올라 반납하게 되겠지만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것 말고 보고 즐길 수 있는 고상한 작품 하나가 우리 집에 잠시 머물러 있다는 사실만으로 손님 같고 쳐다보게 되고 새로운 분위기가 신기하고 재밌.  


이제 방문을 열고 거실에 나가면 TV 말고 뭔가 새로운 보고 생각할 기회가 생겼다. 그것 만으로 나는 만족한다. 집안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 멀게 만 느껴지던 미술작품의 새로운 가치창출이라고나 할까. 자꾸만 쳐다보고 생각하게 만드니  일단 렌탈비가 아깝지는 않을 것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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