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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ul 14. 2023

<브런치>가 조금 이상하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브런치 스토리"로 재편하고 앱을 업데이트하고 나서는 브런치가 조금 이상하다. 여러 작가들의 글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창구가 사라졌다.


실시간 새 글을 볼 수 없다.


예전에는 누구나 글을 쓰는 데로 올라왔고 순서대로 쌓여있어서 마음의 드는 다양한 작가의 글을 골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누군가의 선택에 따라 내가 보는 글이 제한되고 있는 느낌이. 편집자인지 인공지능인지 누군지는 모르지만 누군가에 의해 선택된 글만 보인다. 브런치스토리 홈 화면에 들어가면 순서대로 글이 뜬다.


 "오늘의 작가", 

"요즘 뜨는 브런치북", 

"역대 브런치북 수상작가"

"오후 6시 브런치 스토리 인기글"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

"구독자 급등작가"

"에디터픽 신작 브런치북"

"에디터픽 최신글"


누가 "오늘의 작가"를 무슨 기준으로 뽑은 거지? 며칠 전에 보이던 작가가 또 보인다. "역대 브런치북 수상작가"도 비슷한 명단이 돌아가며 보이는 것 같은데. "인기글"은 어디서 보고 클릭해서 조회수가 많아진 거지? 나한테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이상하다.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에디터가 픽한 글이 노출된다. 에디터의 간택을 받으려면 어떻게 써야하지? 나는 이혼, 불륜, 해외살이 스토리는 없는데 ㅜㅜ. (이 소재들이 단골로 등장하는 현실이 슬프지만)



전교 1~ 10등 엘리트만 밀어주는 것 같은 이 느낌 뭐지?


클릭, 조회가 많이 된 글, 상 받은 작가, 완독률이 높은 브런치북만 노출시키고 나머지 작가들은 약간 들러리가 된 느낌에 서글퍼진다. 공평하게 올라오는 모든 글을 볼 수 있던 플랫폼이 사라졌는지 접근하기 어렵게 어디 숨겨놓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은 마치 안 될 놈은 버리고 될 놈만 키우는 엘리트반만 운영하는 브런치가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대입 입시경쟁이 치열했던 80~90년대 시절,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이 좋은 상위 10%만 모아서 엘리트반을 운영하곤 했다. 엄청나게 공부를 시켰다. 10시까지 보충수업시키고 야간자율학습에 어려운 문제집도 무진장 풀게 하면서 잘 될 놈들만 선별해서 좋은 대학에 가도록 열심히 훈련시켰다. 그렇게 나온 좋은 대학입시 결과를 학교 교문에 큰 현수막으로 떡하니 자랑스럽게 걸어두곤 했다.



그 많던 소박 글은 다 어디로 갔나.


누구나 글을 쓰면 게시가 되고 노출이 되고 또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쓰면 어떤 누군가에게 계속 읽히고 '좋아요'가 늘어가고 그걸 보고 힘을 내서 또 글을 쓰던 소박한 초보작가들의 글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평평한 공원 같던 브런치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설마 디지털 문맹인 내가 못 찾고 있는 걸까. 키 큰 아이, 작고 귀여운 아이, 눈이 큰 아이, 다리가 긴 아이 올망졸망 나름의 빛을 발하던 울퉁불퉁 모양도 키도 달랐던 다양한 글들이 다 사라졌다. 그 자리에 큰 이름표로 딱 눈에 띄는 프로 작가들의 포스터들이 쫙 깔렸다. 흡사 럭셔리한 백화점에 들어서서 어마어마한 가격표에 압도된 것 처럼 엄청난 조회수와 화려한 수상경력으로 치장된 프로작가들에 초보작가들은 기가 죽고 만다. 혹시 잘 나가는 작가들을 보고 배우라는 브런치의 담대한 계획이 있는 건가? 미약한 글은 어디서 보이기나 할까. 내 글이 어떻게 보이고 누구한테 읽힐지 전혀 알 수 없다. 어떤 글은 왜 인기글이 되고, 어떤 사람이 <오늘의 작가>가 되었는지도 전혀 모르겠다. 우린 그저 누군가가 정해놓은 글들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맥 놓고 봐야 하는 건가. 누군가에 의한 시각의 통제가 불편하다.


물론 내가 <오늘의 작가>, <이 시간의 인기글 >이 되었다면 상황이 달라질 거다. 막 흥분해서 캡처를 하고 감격하고 난리였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브런치에 노출된 글이 너무너무 수상하다.


누군가 비밀을 아시면 알려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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