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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꽃을 노래하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by 화요일

새벽 3시에 눈이 떠진 아침, 글을 썼다가 말다가 일을 하다가 말다가 단톡에 카톡이 깜박거리니 여기저기 링크를 타고 기웃거린다. 모닝미션을 하는 문우들의 알람이다. 우연히 *스타에 들어갔는데 마음을 탁 치는 글을 만났다.


작가이자 화가 전이수의 인스타그램에서 캡쳐

작가 전이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학교에는 다니지 않는 16세 소년이다. 그리고 제주에 산다. 그것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함덕에. 작년, 올해 전이수 갤러리를 두 번 방문했었다. 동생 우태까지 그림을 그리는 대단한 가족이다. 엄마는 동화작가라고 들었다. 그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멀리 떨어져 볼 때는
당당해 보이고, 분명하게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서 보니
그 떨림은 무척이나 힘들어 보이면서도
끝내는 이겨내고 말 기세다.



이 부분에서 딱 멈춰섰다.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아서. 사람들은 내가 말하기 전에는 내가 아픈 줄 잘 모른다. 물론 중환자가 아닌 탓도 있지만 웬만해선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 수업하다 힘이 들면 잠깐 누웠다가 물 한 모금 마시고 아무렇지 않게 수업을 하고 일은 한다. 그리곤 퇴근하자마자 불이 나게 한의원으로 달려간다. 한 두시간 치료를 받고 또 씩씩하게 돌아다닌다. 속은 골골한데.


내 속으론 내 몸을 잘 살피기로 결심하고 기필코 건강해질 거라는 다짐을 하곤 한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아직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숙제를 하듯 찬찬히 내 몸을 단속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면식도 없는 16세 꼬마작가님께 내 상태가 싹 다 읽히고 말았다. 괜한 착각이고 감정이입이지만 한 동안 이 글에 멈춰서 읽고 또 읽는다.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학교도 안 다니고 자연에서 가정에서 배운 세상의 지식이 참으로 깊고 넓다. 그리고 따뜻하다. 그가 사는 모습을 보고 그가 생산하는 멋진 것들을 보면서 문득문득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는 간결하고 쉬운 말로 중요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잘 쓴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어른들도 모르고 지나칠 찰나에 예리한 관찰력을 발휘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그의 능력은 놀랍기만 하다. 그건 아마 늘 자연을 관찰하고 사색하는 훈련에서 오지 않았나 싶다. 전이수 갤러리 <걸어가는 늑대>에서는 그의 삶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는 아침마다 엄마, 아빠와 홈스쿨링을 하고 자주 숲에 가서 사색을 하고 그림도 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시간 덕분일까. 그는 딱 맞는 말과 단어로 그만의 감정과 생각을 알맞게 표현해 낸다.


다른 하나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것,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라고 공부하고 배우지만 그는 다르다. 그는 집에서 부모님과 공부한다. 이렇게 자연과 가정에서 배우고 자라는 아이들의 특별한 능력을 마주치면 다시금 학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학교에서 교사인 나는 더 나은 더 멋진 아이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걸까. 아니면 비슷한 평균치로 아이들을 키워내고 있는 걸까. 보편성을 위한 교육과 특별함을 키워내는 교육의 목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곤 한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덕분에 하루종일 나른하고 몽롱한 하루였지만 이수생각이 전해준 신선한 파도 덕분에 나도 내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찾았다. 꽃은 흔들려도 꽃이다. 바람에 몸이 흔들려도 그 뿌리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음을 오랜만에 상기시키고 나를 다잡는다.


<숲에> 전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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