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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Nov 16. 2023

다람쥐는 아닙니다만

주전부리 특집 : 땅콩이 좋아

밥과 밥 사이

식사와 식사사이

심심할때, 초초할때

참아야할 때, 기다려야 할때

한 줌 집어 와그작 씹어 먹으면

입을 통해 전해지는 마음의 편안함.


다람쥐도 아니고 청솔모도 아니고

인간이고 사람이지만

나는 때때로 뭔가를 간절히 씹고  싶다.


적당히 딱딱하고

적당히 고소하고

살찔 걱정 없이

몸을 해친다는 죄책감도 없이

하루에 한 두번

찾아먹게 되는

마성의 맛, 견과류


빵은 느끼하고

밥은 부담되고

떡은 끈적해서

별로야.


마침 집 앞 마트서 

햇땅콩이 5천원!

'그래, 오늘은 너다.'

소중히 까망봉다리에 모셔와

딱 맞는 통에 넣어

냉장고에 고이 두고는

생각날 때마다 꺼내먹는 그 맛이란.


지친 하루의 끝!

밥먹고 운동하고 녹초가 되어

출출한 그 때.

'앗. 생각났어. 내겐 땅콩이 있다'


한줌집어 그릇에 넣고

엄지, 검지 손가락으로 집어

쓱쓱 비벼 껍질을 까니

하앟게 드러나는 속살

얼른 입에 쏙 넣

오독오독 씹었더니

자연의 맛, 고소함이 몰려온다.


짭쪼름한 쥐포랑도 어울리고

바삭한 먹태랑도 어울리고

꾸떡꾸떡 쫄깃한 대구포랑은 환상의 조합.

한 조각 대구포랑 아몬드, 땅콩과 함께

입안에 넣으면 어우러지는 최고의 하모니

자꾸만 술잔이 비워지 있네.

'꺄~너무 좋아.'

인터넷 뉴딘몰 캡쳐사진


좋은 말로 열번 해도

참을 인자 백번 새겨도

게임 삼매경, 꿈쩍않는 아들

대답도 않고 앉아보기싫은 뒷통수에

 "야. 이제 좀 작작 좀 해라"

성질내고 씹어먹는 분노의 간식


자꾸만 어린 동생 괴롭히는

사춘기 딸램이한테

"그만 좀 놀리라고~~!!"

한 마디 했다가

"맨날 왜 나한테만 화내!!"

당돌하게 되돌아온 답변.

"아. 진짜 뭐라고?"

억울할 때 짜증날때 생각나는 그 맛


생각할 수록 얄미운 직장동료

해도 해도 더하라는 상사의 기대에 찬 눈빛

자꾸만 미워지는 그 누군가의

뒷담화가 필요할 때도

"손이 가요. 손이 가~"


씹고 또 씹어

겹겹이 쌓인

묵은 화도 억울함도 짜증도

조그맣게  잘라 같이 삼켜버린다.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함께 하는

뭔가를 씹고 싶은

나만의 원초적 욕구


내곁에 있는 땅콩 몇 줌이면

오은영박사도

무릎팍도사도 저리가라.

어느새 근심과 짜증이 스르르 사라진다.

오호~ 신통한지고.


한 줌 땅콩 슥슥 비벼
한 입 가득 털어넣고
오늘 치 걱정도 분노도
막 그냥 확 그냥 씹어넘기고
착하게 살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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