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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Dec 15. 2023

완벽하게 나쁜 건 없다.

라라크루 : 금요문장


그때 나는 이제 다 끝났다는 걸 알았다. '나는 이 사람이 없는 인생은 결코 원하지 않아.’ 그때 내가 한 생각이다. 이건 내가 그려왔던 인생이 아니었다. 체격이 아주 작고, 나보다 일곱 살이 어리며, 자전거 경주에서 나를 이기고, 툭하면 나를 향해 어이없다는 듯 눈동자를 굴리는 여자를 쫓아다니는 것은. 그러나 이건 내가 원하는 인생이다.

출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저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이제 일터에서 즐거움을 찾기란 힘들 거라는 걸 알았다. '나는 이렇게 재미없는 직장 생활을 결코 원하지 않아.' 그때 내가 한 생각이다.


이건 내가 그려왔던 인생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모두 일에만 빠져있고 그 흔한 농담 한번 건네는 법이 없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할 때까지 모든 일을 체크하고 점검하고. 모두 일중독자들 같았다. 퇴근시간 따위는 없는 것처럼 일에 매몰되어 사는 그들. 할 일만 끝나면 학교를 벗어나려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것은 내가 원하던 인생이었다.


아무도 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섣불리 하지 않고 방해하지 않으니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제 역할에 충실하니 일이 엉키거나 밀리는 법이 없다. 고로 나는 일을 빠르게 끝내고 늘 정시에 퇴근할 수 있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지 않고 일터 밖에서만 쉬고 즐기니 공과 사가 분리되어 머리가 복잡할 일도 없다. 가끔 동료들이 보여주는 친절과 관심이 얼마나 고마운지. 가만 생각해 보니 감정이 드러나지 않게 프로답게 일에 열중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하다. 아이디어와 행동력은 지만 어설프고 허술한 나의 약점이 꼼꼼한 동료들을 만나 환상의 시너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이보다 좋은  없다. 세상에는 완벽히 나쁜 것도 완벽히 좋은 것도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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