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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Dec 20. 2023

[타이페이]하나만 투어:딤섬은 평화를 싣고

세 모녀, 타이베이 방랑기(2)

대만여행 2일 차.

오늘은 대만을 여행하면 한 번씩은 꼭 들른다는 명소, 국립고궁박물관에 가기로 한다. 이곳은 루브르,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5대 박물관에 속한. 명성만큼 전시된 유물도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중국의 모든 역사를 아우르는 유물이 약 70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대표 유물은 옥 배추, 추이위바이차이와 동파육 닮은 리우싱스 등이다. 전시물은 3~6개월마다 순환된다고 하는데 다 보려면 20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엄마 욕심에 가장 유명한 옥배추와 동파육이라도 보고 와야지 하고 데려간다. 야심 차게 길을 나섰으나 내 뜻대로 된다면, 재미없었겠지?!


옥배추는 트리옆인형으로 대신하고



아니, 동물원이 먼저인데

막내는 대만에 있는 인어공주가 보고 싶다고 했다. 수소문해 보니 타이베이가 아니라 화련에 있는 분이셨다. 대중교통으로 편도 3시간 거리. 가기도 전에 지친다. 사정을 얘기하고 인어공주 수족관 대신에 동물원을 가자고 협상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지하철을 타러 간다. 오늘은 왕언니 중3, 1호가 길을 안내한다. 한참 가다 보니 방향이 이상하다. 1호는 고궁박물관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3호는 동물원으로 가는 줄 알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막내는 울상이다. 앗차, 내 잘못이다. 갈 곳을 수정해서 알려줘야 했는데 놓쳤다. 두 곳이 반대방향이라 막내를 겨우 어르고 달래서 박물관으로 향한다. 지하철에 버스까지 타고 도착한 박물관. 열심히 보고 들으라고 과감하게 오디오가이드까지 투자해 본다. 1층부터 찬찬히 둘러본다.



형형색색의 도자기들과 상아로 만든 탑이며 장신구며 화려하고 독특한 작품에 시간을 잊고 관람하고 사진을 찍는다. 한국어 투어행렬이 줄줄이 지나다니니 귀동냥으로 작품해설도 듣는다. 상아로 만든 작품은 통째로 오려만든 작품이라는데 돋보기로 봐야 할 만큼 섬세하다. 유리에 코를 대고 작품을 보는데 신기하기만 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낌이 싸하다. 애들 둘이 안 보인다.


다행히 아이들의 전화기의 유심을 대만걸로 바꾼 터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깨톡 전화를 니 저 멀리서 터덜터덜 애들 둘이 걸어온다. 3호는 박물관도 싫은데 동물원 대신 재미없는 곳에 왔다고 입이 삐쭉 나와 있다. 다시 어르고 달래 한 층을 더 보고 내려온다. 데리고 다니는 내내 짜증짜증 그런 짜증이 없다. 엄마의 욕심이 부른 대참사인가.

 

금강산도 식후경, 딤섬이 부른 평화

과감하게 박물관은 접고 택시를 잡아탄다. 이럴 때는 언니내비게이션이 최고다. 근처 단타이 펑 딤섬집을 검색해 막내를 꼬셨다.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한 곳은 타이베이 시내의 한 백화점. 깨끗하고 화려한 내부로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피해 얼른 들어간다.


명성대로 대기가 길다. 기다리는 동안, 바로 앞 마트를 구경한다. 생각보다 한국 것이 많이 보인다. 음식이며 과자, 물건도 익숙한 것들이 즐비하다. 세계가 하나로 작아지고 있는 건지, K문화가 널리 퍼진 건지 알 수 없지만 반가웠다. 각자 먹고 싶은 간식을 한 두 개씩 사주니 짜증이 쏙 들어간다.


마트투어 삼매경

 한 20~30분 기다렸으려나 한국말로 대기번호를 호출한다.  한국어로 된 메뉴에 간단한 우리말로 주문을 받는 점원들까지, 음식도 명품이지만 서비스는 더 명품이다. 우육면, 딤섬, 만두탕, 오이초무침. 주문한 음식이 하나씩 나오고 음식을 맛보며 짜증으로 가득했던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풀린다. 1호님은 딤섬 한 입베어 물고 와~탄성을 지르며 돌고래소리를 낸다. 막내는 새우볶음밥에 푹 빠져 밥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워내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영롱한 딤섬의 자태


옥배추대신에 열일하는 음식들

결국 박물관서 옥배추도 동파육도 못 보고 나왔다. 하지만 두 유물을 봤다고 한들 아이들은 기억이나 할까. 그저 보고 휙 지나가는 것들 중에 하나일 뿐. 장식장 속에 들어가 있으니 만지지도, 느끼지도 못하고, 맛도 향도 없는 수많은 유물들이 아이들에게 의미가 있기나 할까. 차라리 대만에서 맛본 부드럽고 육즙 가득한 딤섬이 기억에는 오래 남을 것이다. 역사와 의미와 특징을 기억해 가며 박물관을 관람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아이들이 준비가 안되어있으니 그만둔다.


여행 2일 차, 우리의 여행의 주요 테마와 주제가 정리되었다. 로컬푸드와 거리투어. 독특한 대만의 분위기가 있는 거리와 시장, 맛집에 아이들이 반응을 한다. 그들의 취향을 따르기로 한다.  놀랍게도 중학교 수행평가에서만 쓰이던 1호의 중국어실력은 타이베이 스트리트에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했다. 중국어와 영어를 넘나들며 상인들과 대화하는 그녀. 쪼금 멋진데~^^


p.s. 살아 숨 쉬는 현재의 역사를 배우러 거리로 달려 나갑니다. 다음 편에서 봬요.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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