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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an 21. 2022

옥에 티, 티가 너무 많아도 너무 많아.

결정장애 인테리어 도전기

내돈 내산 결정장애 셀프 인테리어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어간다. 마지막 관문인 전기공사. 이것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할 곳이 많지도 않으니 종합 설비 이름이 붙은 업자님을 섭외해서 자잘한 마무리 작업을 부탁드린다. 안방 실리콘, 중문 고무바킹 교체, 콘센트 커버 교체, 복도장 등 설치, 전선 커버 교체 등 일체의 일을 맡겼다. 한나절 후, 대충 일을 끝내시고 가셨다. 도어록은 이사 후에 하기로 일정을 잡고 일을 잘 끝냈는지 확인하고 입금한다.


다음 날, 아뿔싸 이게 웬일인가? 입금 전에는 보이지도 않던 것이 이제야 보인단 말인가?

들뜬 케이블                                           구멍난 복도장
지저분한 마무리, 덜 채워진 실리콘

하자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벌써 하루 일당을 다 드렸는데. 게다가 복도장은 거금을 들여 새로 짠 야심작인데... 거기에 구멍을 내고 밴드로 붙여놓다니, 말도 안 돼~. 바로 전화를 건다.

"저기요. 복도장에 구멍이 나고 밴드가 붙여져 있는데요. 어찌 된 일인가요?"

"아, 사모님. 제가 말씀드리려 했는데 깜빡했네요. 제가 등을 달다가 실수로 구멍을 내서요. 필름지를 사다가 다시 해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안절부절 사장님이 말해도 속상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아뇨. 필름지는 안될 것 같아요. 다시 판을 사서 교체를 하든지 하고 비용은 사장님께서 부담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새로 짠 장에 흠집을 내다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다행히 새로 목판을 구할 수 있어 보수를 할 수 있었고 도어록 설치 비용에서 일부를 감해주기로 얘기를 마무리했다. 다른 업자를 알아볼까 했지만, 그 사람도 일을 잘할 거라 확신할 수 없으니 원래 했던 사장님께 일의 마무리를 제대로 해달라 부탁했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며칠 후, 도어록 설치와 다른 하자를 보수하기 위해 종합 설비 사장님이 다시 오셨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사모님까지 같이 와서 공사 시중을 들며 꽤나 정성을 들이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번 신뢰가 깨지니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하자 없이 마무리되기만을 바랄 뿐...

도어록을 설치하는 데 왠지 또 심상치 않다. 2시간이 넘게 뭔가 안된다면서 삐~삐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열었다 소란스럽다. 아주머니까지 계시니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이젠 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아, 모르겠다. 오늘 안에는 끝나겠지.' 나도 이젠 자포자기다. 3시간 정도가 흐른 후, 드디어 끝났다고 한다. 새로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는데, 허걱, 이젠 또  잠기지가 않는다. 하... 멀고도 험한 인테리어의 여정이다. 여차 저차 해서 한 시간이 더 흐르고 드디어 도어록 설치가 끝났다. 참, 하루가 길다. 마지막으로 도어록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입금한다.


그리고 며칠 후, 이게 머선 일이고~~

새로 한 도배가 찍혀 뜯어진 모습

아. 새로 한 도배지가 뜯겨있다. 종합 설비 아저씨가 바꾼 콘센트 커버 주위에 찢긴 자국이 선명하다.

'아. 이제 진짜 말하기도 싫다. 정말'

내 돈 받고 나보다 더 잘해야지 전문가지. 이건 모 초보 인턴 학습장도 아니고 내 돈 내고 인테리어 연습장 제공한 격이다. 진짜 진상처럼 불만 얘기하는 것 진짜 싫은데, 이건 정말 하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 근데 돈은 벌써 다 줘버렸으니 어찌해야 하나. 다음 날, 밑져야 본전이니 뒤늦게라도 종합 설비 아저씨한테 다시 전화를 한다. 왜 벽지가 뜯겨 있냐고 따져 물으니 "아니, 제가 그걸 왜 그렇게 하겠어요? 네?" 하며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고 애들 옆이라 욕도 못하겠고. 확실한 증거도 없고 시간이 며칠 흘러버렸으니 억지로 따져 묻기도 어렵다는 이성적 판단은 이런 때 들고 그러는지... 허탈하게 전화를 끊고 내가 호구, 바보가 된 기분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다. 남은 벽지도 없어 도배 사장님께 AS부탁도 못하고. 쓰린 가슴을 쓸어내리', 진짜 셀프 인테리어 못해먹겠다'. 혼자 볼멘소리를 하며 뜯긴 벽지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하자보수를 요구하는 데도 결정장애가 날 괴롭히다니. 바로 따져 묻지도 못하고 결정장애 인테리어 스타일은 참으로 일관성 있다.

'아~아까운 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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