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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ul 24. 2024

[안덕] 하나만 투어 (1) : 산방산의 위로

[나] 하나만 투어

[] 하나만 투어 

오롯이 혼자 여행을 떠나본 자는 안다.

정말 두려운 것은
밤길에 낯선 길을 혼자 걷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동네서 두리번거리다 길을 잃을까 하는 걱정 때문도 아니고
혼밥 할 용기가 없어서도 아니다.

그보다 더 힘든 건
나 자신과 단둘이 지내는 그 어색한 시간,

그리고 왠지 모를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

어른이 되고 수많은 역할 속에 파묻혀
다른 이들의 바람과 필요에 먼저 반응하도록 길들여진 세월만큼
나는 나 자신과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자신을 돌보는 일이 맨 나중이 되어버렸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디를 가고 싶어 하는지
오늘은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묻지 않았거나
외면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나 자신에게서 가장 먼 존재는
다름 아닌 '나'였다.

그걸 깨닫는 것이
혼자 하는 여행의 첫 번째 선물이다.

나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
편해질 때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넘치는 사람들 속에서도
수많은 역할 속에서도
징징대는 아이들의 요구 속에서도
나를 소환하는 방법을

지치고 힘들 때,
마음속 나에게 조용히 묻는다.

"너, 지금 괜찮니?"



오랜만에 온전한 자태를 드러낸 산방산

p.s.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그래도 된다고 저 멀리 산방산이 온전한 모습으로 격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동안 수고많았어.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



*[안덕]하나만 투어는 블로그에서도 계속 됩니다.

https://m.blog.naver.com/blume9506/223527906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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