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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an 24. 2022

하루 15분, 엄마 목소리

가족 책읽기

"엄마! 일어나. 책 읽어줘야지~"


일찍 잠이 든 나를 막내가 흔들어 깨운다. "어. 그래. 오늘 무슨 책 읽는 날이지?" 졸린 눈을 게슴츠레 뜨고 더듬더듬 어제 읽었던 책을 찾는다. "엄마, 토끼전 여깄어." 이젠 좀 혼자 읽었으면 좋으련만... 잠자기 전 책 읽기를 계속해온 터라 아이들은 잠든 엄마를 깨워서라도 꼭 이 시간을 지킨다. 토끼전, 흥부전 등등 어려운 고전 읽기는 아이 혼자는 하기 힘든 일이다. 꽤 어려운 말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단어를 꼭 해석하거나 찾지 않아도 글은 읽힌다. 그래도 엄마가 읽어주니 아이 수준에 딱 맞는 설명도 해줄 수 있고 소곤소곤 다정하게 엄마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하니 잠시나마 바쁜 엄마를 오롯이 차지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엄마랑 책 읽기를 참으로 좋아한다.

​첫째, 둘째는 연년생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느지막이 태어난 막내. 늘 피곤한 맞벌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퇴근해서 밥 챙겨주고 씻기고 입히고 내일 가져갈 준비물만 잊지 않고 챙기는 것만도 버거운 일상이었으니. 그렇다고 그냥 먹고 자는 일들만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기는 미안해서 시작한 일이 '하루 15분 잠들기 전 엄마랑 책 읽기'였다.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첫째 때에는 생후 5개월부터 침대맡에 책을 산처럼 쌓아두고 읽고 또 읽었더랬다. 유난히 잠투정이 심했던 큰애는 엄마 젖을 물고 자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수시로 깨서 울며 나를 찾곤 했다. 안 되겠다. 중간에 깨지 않고 통잠을 재워야지 결심하고 책 읽기를 시작했다. 잠들기 전 분유까지 더해 든든히 수유하고 트림을 시킨 후,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책을 읽어준다. 처음에는 20권 이상을 읽어도 잠들지 않던 아이가 15권, 10권, 5권, 어느 순간 3권 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금방 쌕쌕하며 잠이 든다. 연년생 둘째가 태어나고는 그나마 이런 시간도 힘들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첫째가 한밤중에 깨서 이유도 없이 빽빽 울기 시작했다. 둘째 수유하느라 잠을 설치고 첫째가 새벽에 깨서 울어대니 그 시절 나의 소원은 깨지 않고 쭉 자보는 것이 유일한 것이었다. 혹시 책을 다시 읽어주면 첫째가 깨지 않고 푹 잘까 싶어 양팔에 한 명씩, 아이 둘을 끼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 연년생이라 책의 수준도 고만고만. 둘째는 누나 덕분에 책의 수준이 훅~높아진다. 바닥엔 뽀로로 매트, 사방엔 책장 그리고 가운데 우리 셋. 그렇게 가족의 정을 책 읽기로 나누었다. 숙면은 1+1 덤으로 따라온다.

이젠 막내와 책 읽기는 내가 더 좋아하는 시간이 되었다. 생각보다 고전 읽기가 재밌고 아이와 살을 맞대며 읽는 시간이 더없이 포근하고 정겹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된 큰 애들은 잠들기 전에 책은 커녕 엄마 곁에 오지도 않고 핸드폰 속 세상에 빠져 있다. 그나마 막내가 하루 15분 엄마 목소리를 원할 뿐이다. 막내에게도 엄마와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지만, 오늘 밤도 막내 침대 한편에 누워 소곤소곤 엄마랑 책 읽기는 쭉~계속된다. 내가 먼저 잠들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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