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중년의 진로 수업
잘 지내다가
그럭저럭 괜찮다가
어느 날 문득,
엄마, 아내라는 이름이
엄청난 무게로 나를 짓누를 때가 있다.
엄마라는 존재는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이
자식과 가족에게 퍼지고 커져
모든 일이 내 탓인 것처럼 나를 조이곤 한다.
엄마가 우울하면
아이도 우울하고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도 덩달아 웃는다.
그런데 문제는
웃을 수 없는데 웃어야 하고
버틸 수 없는데 버텨야 할 때다.
아이 셋 각자의 요구와 갈증
끊임없는 비교와 욕구불만으로 생긴
갈등과 싸움
주고 또 주고
웃고 또 웃고
참고 또 참아야 하는데
엄마인 내가 그 에너지가 고갈되면
어떡할까.
내어주고 참아준 텅 빈 공허함과
이해하고 품어주느라 늘어지고 축 처진 어깨
기댈 곳 하나 없다.
조금은 서글픈 마음,
약간은 허탈한 심정.
해지고 터진 아들의 바지를
꿰매고 여미며 침침해진 눈을 비비며
수도 없이 혼자였을 나의 엄마를
기억해 낸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에게
애썼다고 토닥여주는 누군가를
결국 나도
엄마...라고 외치고 말았다.
엄마,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