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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을 내주지 않는 사람들

복도 쪽에만 앉는 그대

by 화요일
오른쪽 자리는 나란히 비워져있건만

흔들리는 버스를 탄다.

활짝 열리는 출입문과는 다르게

굳게 닫힌 누군가의 옆자리


곧 내릴 테니까

짐이 많이 있으니까

타고 내리기 어려우니까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안쪽 자리는 텅 비어 있고

복도쪽자리는 굳건히 채워져 있다.


곁을 내주지 않는 사람들...


뒤늦게 탄 사람들은

빈자리를 보고도

감히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차갑게 닫힌 마음을 읽어서일까

불편한 이동이 부담스러워일까


저만치 멀찍이 떨어져 서서

알록달록 애꿎은 손잡이만

힘주어 당길 뿐


가방두 개를 들고 뒤뚱거리며

힘겹게 올라 탄 뽀글 머리 여자는

빈자리 옆 복도쪽여자에게

당당하게 비켜달라는 고갯짓을 하고

좁은 통로를 비집고 씩씩하게 엉덩이를 끼워 넣는다.



타인과 타인사이

낯선 이들과 주고받는

일상 속 양보와 배려의 짧은 대화와 제스처가

3언어라도 되는듯

외계어처럼 어려워진 시대에 살고 있다.


허겁지겁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못 본채

다급하게 먼 산을 바라보는

어떤 이의 옆자리가

오늘따라 유난히도 휑하다.




#라라크루 10기

#11-1 미션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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