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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월령 Oct 02. 2023

예술가가 돈을 못 버는 이유


돈 잘 버는 작곡가는 없다

#18 예술가가 돈을 못 버는 이유


< 나는 좋은 음악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왜 들어주지 않을까? >



        나는 음악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진 않다. 수입을 따져보면 월에 100만 원 조금 안 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에게?" 할 수 있는 금액이겠다. 100만 원이라는 돈은 회사에 취업해서 월급을 받는 동나이대의 사람들과 비교하자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기 때문. 그러나 일을 하지 않고 들어오는 돈이라는 점에선 꽤나 매력적이다. 사장이 시키는 일을 한다든가, 외주를 받아 클라이언트가 요청하는 음악을 만들어 낸다던가 하는 스트레스가 없다. 얼마 못 벌지만 일단은 내가 사장이다. 또 장기간 쉬더라도 큰 변동 없이 일정 금액이 꾸준히 들어온다. 덕분에 1~2주 정도는 굳이 일정을 조율하지 않고 원하는 때에 다양한 활동을 하러 돌아다녀도 아무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도 적긴 하지만 음악으로 이 정도의 돈을 벌게 된 건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럼 음악으로 10만 원도 못 벌던 때와 지금의 음악적 기술이 크게 달라졌는가? 아니, 생각해 보면 놀랍게도 별 차이가 없다. 돈으로만 따지면 전과 10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데 지금이 10배는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닌가. 물론 전에 비하여 분명 꾸준한 성장을 이뤘으나 그 정도의 다이나믹한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돈을 벌지 못하던 그때는 과연 지금보다 무엇이 부족해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두 가지가 떠올랐다.


1. 나의 작품에 대한 과도한 검열
2. 돈 버는 방법을 몰라서


   첫 번째부터 살펴보자. 작품에 대한 과도한 검열에서 오는 문제점이 무엇일까? 하나는 바로 곡을 만들어 놓고도 <본인의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음악은 폐기해 버리는 것>이다. 작곡 활동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한 작품을 내고 난 후 다음 작품이전보다 좋아야 된다는 강박이 생긴다. 그래서 본인의 기준에 더 좋은 음악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계속 무언가 시도한다. 이는 결국 장기간 아무 결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 과정엔 한 가지 오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에게 음악의 좋고 나쁨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좋고 나쁨을 판별하는 기준을 본인은 나름 객관적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건 단순히 주관적 취향의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발전했다고 생각하는, 만족하는 음악만 발표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있다. 출구가 없는 미로에 빠진 것처럼, 정답이 없는 문제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상황을 본인이 자처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행동에도 오류가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취향을 맞추려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아쉽게도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음악을 만들어보며 느낀 것이다. 내가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서 인기가 있지 않고, 반대로 내가 못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해서 인기가 없지 않다. 타인의 작품을 보더라도 내 취향에 전혀 들어맞지 않아도 유명한 경우가 있다. 그렇다. 작품은 예술가의 손에서 떠난 그 이후엔 컨트롤할 수 없다. 추가로 마케팅을 하거나 그저 대중들이 어떻게 소비하는지 지켜볼 수 있을 뿐이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이후부터 무조건 작품을 많이 생산해 내는 데에 몰두했다. 한편에선 공장식 음악이라고 욕을 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겠으나 그 의견엔 나도 인정하고 공감한다. 예전엔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 본인이 깨닫기 전까진 모른다. 평생 모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돈 버는 방법을 몰라서'인데 이 방법을 혼자 찾아내기란 참 어렵다. 지금 내가 이용하고 있는 방법도 음악으로 돈 버는 방법을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전자책의 목차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자세히 다루기엔 분량이 너무 길기에 쉽게 설명하면 어디서든, 어떤 플랫폼을 활용해서든 우리의 작품을 많이 노출하고 많이 팔아야 한다. 그 판로는 이제는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직접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엔 외국의 한 오픈마켓 사이트였다. 해당 사이트는 영상, 이미지,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올려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나는 이곳을 활용해 부캐로 만들고 있던 음악을 조금씩 올려보기 시작했다. 이미 청월령으로 발매하기엔 조금 아쉬운 음악을 모아서 부캐의 이름을 빌려 플레이리스트 영상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제작된 음원들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반년도 지나지 않아 본업인 청월령과 비슷한 수익을 가져다주게 되었다.


나는 이때부터 내 음악이 작품이라기보단 상품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 어디 팔 데가 없을까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배경음악 판매 플랫폼도 알게 되었다. 국내 플랫폼을 통해선 디지털 음원 유통까지 시작했다. 이 시도들은 매우 효과적이었고 지금까지 전체 수익 중 가장 큰 매출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음악을 매일매일 2~3개 정도, 많을 땐 5개까지 만들어서 업로드했다. 그 개수가 지금은 1300개에 달한다. 예전이라면 버리는 음악이었을 텐데 돈을 벌어다 준다.


이전의 나를 포함한 무명의 아티스트들은 보통 이렇게 하지 않는다. 방법은 다르더라도 뭔가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 돈을 버는 방법을 모른다. <나는 좋은 음악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왜 들어주지 않을까?> 신세 한탄을 하기 바쁘다. 그렇게 1년에 1개의 작품도 낼까 말까 하면서 대단한 변화가 찾아오길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우리가 원하는 변화는 행동하기 전에 절대로 찾아오지 않는다. 복권을 사지 않았는데 어떻게 복권에 당첨이 되겠는가?


냉정히 말하면 대중들은 우리의 음악을 들어줄 이유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의 작품을 사 줄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 이미 세상엔 좋은 음악들이 널려있고 우리보다 잘하는 아티스트가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 잘 팔리는 작품들은 마케팅에도 돈을 쓰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 더 잘한다. 그런데 그중에 고만고만하고 홍보도 안 하는 우리의 작품을 굳이 찾아서 사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지금 여기에 머물러서는 아무런 변화도 맞이할 수 없다. 우리의 작품이 적절히 쓰일 곳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작품을 대중들에게 노출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작품의 수준은 상관없다. 판단은 대중이 할 것이다.


대중이 별로라고 생각하면 별로일 것이고, 대중이 좋다고 생각하면 좋은 것이다. 심지어 그 평가도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전에 별로였지만 지금은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당신의 작품에 대한 당신의 잣대는 하등 쓸모없다. 우리는 죽고 나서 유명해진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알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죽고 나서 유명해질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은 아마도 살아서 유명해질 확률보다 적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유명하지 않았다 평가받더라도 우리보단 비교도 안되게 잘하고 훨씬 유명했다. 게다가 죽고 나서의 일은 알 수도 없다. 그러니 빛은 살아서 봐야 할 것 아닌가. 대체 죽고 나서 유명해지는 게 무슨 소용일까.


기다리지 말고 지금 움직여라. 대중들이 당신의 작품을 알아서 찾아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아라. 앞에 나서서 작품을 들고 힘껏 흔들어라. 단 한 명이라도 봐줄 때까지. 한 명이라도 사줄 때까지 노력해라. 그래야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가 돈을 못 버는 이유는 결국 수동적이기 때문이며 자기가 무언가 숭고한 예술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신이 예술로 돈을 못 벌고 있다면 아쉽게도 당신은 아직 다른 누군가에게, 이 세상에 유익함을 전혀 가져다주지 못한 것이다. 방구석에서 뭔가 끄적거린다고 예술가가 아니다. 일단 뭔가 팔아보고 나서 자신을 예술가라고 소개해라.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단한 작품은 우리에게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팔리는 작품이 밥을 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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