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때 그 가을 그 자리에서]

by 청연

[그때 그 가을 그 자리에서]



그때 그 가을 그 자리에서

여지껏 옷자락에 묻어있는

그 가을 부스러기를 떨어낸다.


그 가을 그 자리를 견뎌내며

내게

그리고 네게

몇 겹의 가을이 더 묻었다.


채 낙엽 지지 못하고

누렇게 견디며 바스라지는

고목(古木)의 넓은 손바닥은

그 가을 빗방울이 묻어있다.


그 가을 높던 하늘은

퍼렇게 내려앉아 머리 가까이에 있다.

뒤꿈치를 들고 손을 뻗어 올리면

손끝이 하늘 안에 묻히겠다.


여지껏 남아 있는 그때 그 가을을

주름지는 목덜미에 묻히며


다시

가을로

돌아온다.



...靑淵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