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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Jun 03. 2024

따돌림은 이렇게 다시 시작되고...


계절의 변화에 맞추기 위해 옷가지들의 위치를 바꿨다.

뭐 대단한 작업은 아니고

여름용 반팔 셔츠 등은 내어놓고, 

겨울옷들은 안쪽으로 집어넣는 정도.



며칠 전,

더운 날씨에 오랜만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외출 채비를 했다.

오랜만에 꺼내 입은 반팔 티셔츠를 빤히 쳐다보던 아내가,

이 옷은 결혼 초기에 사준 옷이라며, 오래된 옷임을 상기시켜 준다.

그런가?



그러면서, 

우리는 참 옷을 안 산다는 둥, 아이들 옷만 산다는 둥, 자기가 입고 있는 옷도 벌써 몇 년 전에 산 옷이라 낡았다는 둥 이런 종류의 낭비적인 말을 연신 덧붙인다.

그런가?



더불어

결혼하며 샀던 가전제품들도 이젠 연식이 꽤 오래된 것이라며 냉장고가 소리가 난다는 둥, 세탁기는 어떻다는 등의 말도 덧붙이기 시작한다.

그런가?



나로서는 이런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몹시 어렵다.

옷은 옷이요, 가전제품은 가전제품일 뿐.



더 이상의 낭비적인 대화를 마치기 위해 아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럽게 한마디 건넸다.



"당신이 제일 오래됐어"

...

...



아내가 다시 아이들만 데리고 나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먹고 들어오는 것이리라.

대놓고 나를 따돌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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