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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Jun 10. 2024

원터치 텐트인가, 일회용 텐트인가?

아내의 선택


      

바닷바람이 제법 불던 날이었다.   

  

5월 초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두 딸아이와 부산 바닷가에 놀러 갔다.

아직 바닷속에 들어가긴 추운 날씨였지만, 딸내미들은 바닷물에 온몸을 담그고 신나게 놀아주었다.  

   

이럴걸 대비해서 전날 마트에서, 던지면 한 번에 펴지는 원터치 바람막이 텐트를 구매했다.

크기는 작지만 물놀이에 지친 아이들이 잠시 쉬기엔 충분히 크고, 무엇보다 간편해서 편했더랬다.

쉽게 설치되는 모습에 아내는, 아이들과 나들이에 편하게 쓸 수 있겠다며 만족감을 표하였다     


그럼, 돈이 얼마짜린데...     


그러나 하루종일 물놀이를 하고있는 아이들에게 텐트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고,

자리를 지켜야만 한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무장한 아내 혼자 내내 텐트에 눌러앉아 편안하게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제법 불던 날이었다   

  

아이들 물놀이를 마치고 텐트를 정리하는데, 아직 길들지 않은 원터치 텐트는 쉽게 접히지 않았다.

접히긴 하는데 원래 접혀있던 크기보다 좀 크게 접혀서 커버에 들어가질 않았다.  

   

바람을 이겨내며 혼자 접기엔 역부족이어서 아이들과 화장실에 다녀오는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텐트를 맞잡은 아내는 왠지 쉬운 말투로

'아 이건 이렇게 잡고 이렇게 돌려야지' 

라며 텐트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우지직, 뚝     


부러졌다!     


새로 사서 몆 시간 사용 않은 새 접이식 바람막이 텐트는 그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내가 산건 원터치 텐트였지 일회용 텐트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본 두 딸아이는

'엄마가 부러 뜨렸다~' 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아내는 '어, 부러졌네...' 라며 짧은 아쉬움만을 표현하였다.

...     


바닷바람이 제법 불던 그런 허무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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