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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꿈 Jun 08. 2020

학습조력자의 중요한 역할은?

'판'의 생성과 학습자의 참여

학습조력자의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판(playground=놀이터=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 미쳤을 때 떠오르는 것이 어린 시절에 보았던 마당극(마당놀이)의 형태였다.

마당극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관객과 배우가 서로 같은 차원의 현장감을 가지고 극 중 상황에 맞게 서로 주고받는 순발력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극을 지칭한다. 이와 같은 정의를 보며 내가 호기심이 들었던 부분은 ‘무엇이 공간을 바꾸는가? 혹은 무엇이 그것을 구획하는가?’였다.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마당놀이의 양식적 특질을 확인하면 이와 같다.


◉ 현실 공간과 극적 공간과의 관계

마당극은 공연의 공간이 삶의 공간이며, 이와 분리되는 별도의 극적 공간을 요구하지 않음.


◉ 집단적 자발적 관중

거적을 깔고 앉는 방식, 영역 침범을 거부하지 않음으로 집단성 확보.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매우 가깝게 반원으로 구성되어 상호 얼굴 확인 가능. 극과 함께 관객 반응을 구경하며 극을 구성, 집단적이고도 자발적인 호흡과 대꾸 가능.


◉ 통일성 속의 다양화

사건 규명극이 아닌 사건 향유극 / 관중들은 익숙하지 않은 어떤 사건의 본질을 규명하면서 현실을 잡다한 현상들을 그려냄으로써 어떠한 본질적인 인식에 도달하는 방식이 아닌, 이미 관중 집단이 생산과 투쟁의 삶 속에서 체험하고 인식하고 느끼면서 그들 내부에 저장되어 있는 일종의 합의, 즉 통일성을 바탕으로 하여 그것을 되풀어 창조적으로 다양하게 전개하는 방식.


<마당극의 양식적 특질> - 이영미 (1990), <존 듀이의 경험 미학과 마당극의 신명> - 박연숙 (2008)에서 참조


이를 살펴보면 공간 안의 구체적인 구획과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인식의 틀거리가 이동하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적인 교실이라는 공간 영역에도 시사점을 준다. 참여의 수용과 허용이 매회 새로운 ‘극’을 생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 ’잘’ 놀았다고 생각하는가? 


상황 안의 개입과 관여가 있어야 재미를 느낀다. 


학습조력자는 다양한 학습도구나 상황 설정을 통해 일종의 판을 깔아줘야 한다. 참여자들의 개입과 관여 속에 자신도 알지 못했던, 혹은 막연히 알던 것을 내면에서 발견하는 과정을 ‘배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놀이를 통한 연결의 경험(현재)이 경험의 연결(미래)로 이어질 때 이상의 모의 활동은 실제 삶으로의 이행에 중요한 비계가 될 수 있다. 이것을 또한 ‘성장’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교육 쪽으로만 이야기를 풀었지만 해당의 영역은 방송이나 기업 조직론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그리고 사실 이미 세가 기울어 있기도 하다. 바야흐로 좀 놀 줄 아는 광대(호모 루덴스)들의 판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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