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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꿈 Jan 26. 2021

교육 트렌드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자리 지킴'을 통한 변화 흐름 읽어내기

해가 바뀔 때 즈음 서점가에는 내년도의 예측이나 트렌드 분석에 관한 책들이 즐비하게 늘어선다. 책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만 같이 느껴지지만, 막상 매년 우리네 생활영역은 늘 비슷하게 흘러갔던 것 같다. 도대체 이러한 이중성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지나친 단언일 수도 있겠으나 단순히 트렌드를 쫓는 행위는 정작 실제적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분절이 주는 맹점 때문이다. 


2020년도와 2021년도는 특정한 무언가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닌 영속성을 가지고 이어져 있다. 이러한 영속적인 것을 인위적 단위로 그 개념과 의식을 분절하는 과정에서 '같은 것이 다르게 보이는' 유실이 일어난다. 실제로 생활 근간의 뚜렷한 변화는 특정한 역사적인 사건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잘 일어나지 않고, 그러한 역사적인 사건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뜻밖의 일, 사건事件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통찰을 넘어서는 이미 종교와 주술의 영역이다. 


이러한 미래 예측의 예로 종종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적벽대전을 앞둔 제갈량이 극적으로 바람의 방향을 바꾼 이야기이다. 이 소설적 장면을 사실 기반으로 유추해 보면 동남풍이 불어온 연유는 단순히 하늘이 그의 간곡한 청에 탄복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일종의 퍼포먼스와 같은 제의적 요소를 제거하면 이 사건은 다분히 인문학적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제갈량은 병법서에 언급된 '이기고 싸우라'는 내용처럼 최적의 때를 기다렸고, 그때를 자신의 최대 우군으로 삼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를 짐작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그가 오래도록 '그곳에' 서서 '그것에' 시선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변화의 아주 작은 동기를 우직한 관찰 속에서 발견했던 것이다.


우리는 통찰에 관한 일종의 환상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신출난 개인이 천기를 풀어내는 신묘한 과정이 아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트렌드 책이 나열하는 것처럼 사회 세부 영역의 변화를 한 개인이 예견하기에는 그가 신기를 얻은 주술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통찰은 환경 변화에 대한 예민함과 그 적응력을 통해 길러진다. 이에 트렌드 예측은 미래 예측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과거의 데이터 분석과 비슷하다. 변화는 영속성을 가진 자연과도 같이 때가 되면 머금고, 머금은 것은 언젠가 만개하는 흐름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일상적 흐름 속에서 아주 작은 얼굴을 들이밀 뿐이다. 이에 우리는 변화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미세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동일하게 지켜야 할 자신의 자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로 교육의 트렌드 변화에 대한 목소리 또한 높다.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새로운 세계에는 그에 맞는 새로운 인간상이 요구되며, 이와 같은 새로운 인간상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방법론으로 대상에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다양한 교육 트렌드에 대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언택트, 디지로그, 에듀테크, 블렌디드러닝, 챗봇, 코퍼스 교육 등등. 물론 모두 옳은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인간은 어떻게 분절할 수 있는가? 연령대 혹은 교육과정의 차이로 끊으면 되는 것인가? 


트렌드를 넘어 교육방식에 대한 접근이 다각화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다만 그 흐름 가운데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교육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과정, 즉 상호개입하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점이다. 기술과 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존재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행위, 즉 그 가치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인 것이다. 이런저런 트렌드를 쫓느라 애쓰기보다는 오래도록, 그리고 치열하게 대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미세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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