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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달 Nov 24. 2019

새로 생긴 숲속도서관

결혼 전 종로구에 살았다. 결혼 후엔 동대문구에 살고 있다. 자연스럽게 정책이나 시설을 비교하게 된다.


구립도서관의 경우 동대문구가 훨씬 낫다. 종로구는 책보다 건축 등 외형에 신경 쓰는 인상이다. 그에 반해 동대문구는 ‘책’ 그러니까 본질에 충실한 운영을 한다.


배봉산 근린공원에 새로 생긴 숲속도서관에 갔다. 몇 년 전부터 공사를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완공된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안에는 커피를 팔고 있었다. (삼청공원 도서관에도 음료를 팔던데 공원 도서관의 매뉴얼인가?) 층고가 높고 나무 마감이라 숲과 어울리는 내부였다.

라떼를 한잔 시키고 잠깐 앉았다. 소장도서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이용자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자리 배치에 여유가 있었다.

가족 단위로 차를 마시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숲을 거니는 산책, 책을 읽는 독서 모두 나무와 관련 있다.


식목일 같은 날에만 나무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만약 나무가 부족하다면... 상상하기 조차 무서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전자책으로 가는 독서문화가 맞는 방향이 아닐까. 종이책은 정말 그럴 가치가 있는 책만 인쇄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다.


책을 읽고 배봉산에 올랐다. 몇 년 전과 달리 나무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런 길은 서대문 안산 이후로 두 번째다. (산책로의 새로운 흐름인가.) 단풍 절정은 지났지만 꽃이 참 예뻤다.

길이 좋아 유모차를 끌고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예전이면 보기 어려웠을 풍경이겠지. 배봉산 근린공원의 접근성, 무척 훌륭하다.


배봉산은 휘경동, 장안동과 연결되어 있다. 특이하게 시립대로 내려가는 길도 있어 아내와 같이 시립대에 갔다. 시립대가 공립대학이라 가능한 일이겠지. 학교 안에는 맹꽁이 서식지가 있었고 못도 보였다. 전체적으로 부지가 넓어 건물과 건물 사이에 빈 공간이 많았다. 대학 다닐 때 시립대에서 알바를 하루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와 비슷한 듯 달랐다.

학교 안에는 학생뿐 아니라 우리 같은 동네 주민도 많았다. 어떤 아주머니가 라디오 스피커를 시끄럽게 켜고 걷길래 민폐다 싶었다. 역시나 지역 주민의 평일 낮 시간 학교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뭐 주말뿐이라면 저런 스피커 소리도 참을 만하겠지.


시립대에서 집까지 걸어갔다. 신기한 건 정돈되지 않고 더러웠던 거리가 아파트 앞만 되면 깔끔해졌다. 아내와 아파트 효과인가요 하면서 낄낄거렸다. 깨끗한 거리와 더러운 거리, 재활용 쓰레기가 있는 골목을 지나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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