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감기 같았어
조금 더 쾌적한 옷차림으로 방심했다가
체온 조절에 실패해서 끙끙 앓게 되는 소란처럼
그리움을 쓰는 일이 그래
괜찮겠지
4B 연필 같은 마음으로
꾸욱 꾸욱 세 글자를 눌러 적었다가
거기서부터 적정한 명도를 잃고
바로 고꾸라지는 사고가 나는 거야
마음을 조금 더 걸쳤어야 하는데
섣부르게 속살을 드러내다
몹쓸 사람의 한기에 닿고
짜거운 시절의 질감을 다시 만지는 바람에
종이를 할퀴어버린 기록만 남게 되는 사건
끄적임의 시작은 다 그리움이 토해낸 것일 텐데
그리움을 게워내는 일은
기억들을 다시 꼭꼭 씹어 삼켜야만 하는 일이니
보고 싶은 사람이 없다면
하루가 얼마나 쓸쓸하려나
사랑했던 사람을 반으로 갈라 한편 미워해봐도
여전히 그이 앞에 말랑해져서
손 끝엔 오한이 치고 가슴에 땀이 내리면
차가워진 의자에 앉아
뙤약볕을 맞으며
환절기를 두른 두 개의 계절
엉켜 부대끼다 하나 떠나기를 기다려야지
그리움도 온도를 맞춰야 하는데
마음 함부로 벗는 거 아니야
[사진 : 프라하, 체코 / 체스키 크롬로프, 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