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다 그만,
나무의 정수리를 보고 말았습니다.
한 번 챙겨본 적이 없던 그 풍경을
이제야 깨치게 되었습니다.
뜨거운 볕이나 갑작스러운 비를 막아주는 건
잎사귀의 윗면이었는데
하늘을 그냥 두고 살 듯
가족처럼 무심했습니다.
가릴 것도 없는 날에
다시 나무 밑에 서 보니
정수리와는 참 다른, 연한 살갗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맹인이었던 것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으로 눈이 먼 것인지
당신으로 눈을 뜬 것인지
시선을 가지지 않은 사람처럼
무심했습니다.
지상엔 아직 봐야만 하는 것들이 남아있고
눈 앞에 당신이 없으니
이제부턴 나무를 키워봐야겠습니다.
[사진 : 플리트비체, 크로아티아 / 비엔나, 오스트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