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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blue Mar 31. 2022

슬기로운 공주 읽기 1탄 : 백설공주_5

5화 : 납치

[지난 줄거리]

낭떠러지에 몸을 던지려 한 소녀는 피오나 왕국의 공주였다. 남동생을 대신해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피오나는 정략결혼에 내몰리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백설은 피오나를 통나무 집에 데려오고 평소와 달리 크게 동요하는 시리우스를 발견한다. 시리우스는 피오나 왕국의 왕위 계승자이자 피오나 공주의 남동생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밝히지 않았고 백설도 이 사실을 숨겨주었다.

피오나 공주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왕비에게 곧 첩자가 온다는 소식을 담은 서신이 도착한다.


5화 : 납치


—-


“여기에 아르델 왕국의 첩자들이 찾아온다고?”


“지금까지 뭘 들은 거야. 방금 서신 같이 읽었잖아.”


흥분한 도나우가 언성을 높이자 솔르가 짜증 섞인 말투로 받아쳤다.


백설이 통나무 집에 머무는 동안 아르델 왕국에서 첩자를 보내 이븐 왕국의 동태를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아르델 왕국이 마지막으로 이븐 왕국에 사신을 보낸 게 1년 전 일이다.


왕자와 공주를 만남을 앞당기려 했지만 왕비의 청으로 백설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약조했다. 그런데 뒤에서 몰래 일을 벌이고 있던 것이다.


사실 아르델 왕국의 관심사는 백설 공주에게 있지 않았다. 백설 공주의 안위를 빌미로 이븐 왕국이나 주변 국가에 트집을 잡아 외교적 이득을 얻어내려는 속셈이었다.


왕비는 이 지점에 허를 찔러 되받아 칠 작전을 생각했다.


아르델 왕국이 백설 공주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이를 수면 위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게 성공하면 약조를 어긴 아르델 왕국이 곤란해질 것이고 정략결혼을 이븐 왕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갈 수도 있었다.



“이웃 나라 왕자들이 백설 공주를 흠모해서 몰래 찾아온다는 소문이라니…얘 상태가 이런 데 믿겠어?”


“아르델 왕국에서 백설의 얼굴을 모르니까 속지 않을까?”


영 못 미더워하는 솔르의 반응에 파울은 서신을 훑어보며 말을 이어갔다.


“첩자들이 행상인이나 나무꾼처럼 평범한 사람으로 변장해서 올 것 같은데..”


“왕비님이 말씀하신 대로 한두 차례는 적당히 상대해 주면서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게 필요하겠어. 그래야 더 대범하게 다가올 거 아냐.”


미뉴에트와 라오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러다 진짜 백설의 정체가 드러나기라도 하면… “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일이 없던 시리우스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아르델 왕국에서는 날 엄청 미인으로 알고 있대. 절대 의심하지 않을 거야. 걱정 마.”


“솔직히 생긴 걸로 따지면 우리 중에 시리우스가 제일 공주답지 않냐?  피부도 하얗고 체구도 작고 드레스 입혀 놓으면 백설이라고 해도 믿을 거 같은데?”


솔르의  마디에 무거웠던 분위기가 한바탕 웃음으로 번졌다.


통나무 집은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


이븐 왕국의 숲 지대를 오가는 낯선 사람들이 눈에 띄게 부쩍 늘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오솔길에 판을 깔고 물건을 팔겠다는 행상도 있었다.


아이들은 숲 속에 큰 통나무 집이 있는데 낯선 사내들이 그곳을 들락날락한다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돌아다녔다.


백설은 친구들을 돕고 싶었지만 한사코 말리는 바람에 한동안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도무지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슬쩍 문 밖으로 나온 백설은 커다란 바구니에 사과를 들고 힘겹게 지나가는 노파와 마주쳤다.


“할머니, 사과 파세요?”


처음에는 만나는 사람이 누구든 어떻게든 속여주리라 마음먹었지만 눈도 성치 않고 소리도 잘 못 듣는 노파를 보니 경계심이 풀리고 안쓰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백설은 노파가 가져온 사과를 전부 샀다.


사과 한 바구니를 낑낑대며 들고 온 백설에게 솔르는 한 마디 쏘아댔다.


“어딜 돌아다녀? 그리고 그 이상한 옷차림은 대체…”


“시리우스 옷을 좀 빌려 입었지. 제법 잘 어울리지?”


—-


노파는 아르델 문장이 새겨진 마차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전했다.


“분명히 저 집에 피오나 왕국의 왕자가 있단 말이지?”


“제가 소리는 잘 못 들어도 기억력은 젊은 사람들 못지않사옵니다. 분명 그 사내가 입었던 옷에 피오나 왕국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감히 겁도 없이.. 백설 공주에게 손을 대?”


—-


“아니, 이 사과는 뭐야..?”


백설은 벌써 여섯 번째 같은 잔소리를 들었다. 그때마다 보통 맛있는 게 아니라며 애써 웃는 얼굴로 사과를 내밀어 보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기운이 빠졌는지 반응들이 영 시원치 않았다.


“오전에 어머니한테 서신이 왔는데 며칠 후면 왕국에서 감시 병력이 도착할 거래. 다들 고마워! 오늘 저녁은 내가 준비할게! 좀만 기다려.”


잘할 줄 아는 건 없지만 레아와 미뉴에트에게 눈대중으로 아름아름 배운 실력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발휘해 볼 작정이었다.


아무래도 불안한 레아가 거들어 주려고 백설을 따라나섰지만 한사코 괜찮다며 기어이 혼자서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어? 주방에 쓸 장작이 다 떨어졌네.”


백설은 친구들이 도와준다며 나설까 봐 조심스레 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문 앞에서 몇 걸음 짝 떨어진 곳에 장작더미가 있었다. 백설은 그곳에 서서 장작이 몇 개가 필요한지 손가락으로 개수를 헤아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낯선 그림자가 백설의 등 뒤로 다가와 목덜미 쪽을 강하게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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