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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blue Apr 01. 2022

슬기로운 공주 읽기 1탄 : 백설공주_6

6화 : 협상

[지난 줄거리]

아르델 왕국이 이븐 왕국의 동태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왕비는 백설 공주가 이웃 나라 왕자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아르델 왕국의 움직임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자 했다.

통나무  일곱 친구들은 왕비의 명대로 여기저기 소문을 퍼트리고 다녔다. 백설은  근처를 맴돌던 노파에게 사과를  아름 사 가지고 온다. 아르델 첩자였던 노파는 백설이 입고 있던 옷에 피오나 왕국의 문양이 있음을 알렸다.

그날  장작더미 앞에서  있던 백설의 등 뒤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목덜미를 내리쳤다.


6 : 협상


—-



“왕비님, 큰일 났습니다! 백설 공주님이 납치되셨다는 전갈이…”


장작을 가지러 간 백설이 돌아오지 않자 친구들은 집 주변은 물론이고 숲 속 사방을 찾아 헤맸다.


미뉴에트가 장작더미 옆에 떨어진 램프를 발견했고 순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라오스는 재빠르게 이븐 왕국에 서신을 보내 이 상황을 전했다.


왕비는 놀라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우선 지금까지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보았다. 서신에는 백설이 사라진 날 남자아이 옷을 입고 있었다고 했다.


백설을 데려간 게 아르델 왕국의 소행이 확실하다면 당시 백설이 입고 있던 옷에 단서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공주와 같이 지냈던 아이 중에 이웃 나라 왕자가 있던 거야..’


아무래도 백설을 왕자라고 착각해서 잡아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밤에 벌어진 일이라 여자아이라는 걸 모른 채 잡아갔을 테지만 사실이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백설과 함께 지냈던 아이들 중에서 신분을 속이고 있던 왕자를 찾아내야 했다.


왕비는 외출 채비를 서둘러 통나무 집으로 향했다.


—-


한편 아르델 왕국에서는 이웃 나라 왕자인 줄 알고 잡아온 게 여자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발칵 뒤집혔다.


윌리엄 왕자는 심지어 사내아이 옷이 제법 잘 어울리는 백설의 모습에 기가 차서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백설 공주가 머무는 곳에 찾아갔던 게 아니더냐? 공주가 누구인지 알아내지도 못하고 엄한 계집을 잡아 와서는 왕자라고 들이밀다니… 참으로 한심한 자들이다.”


“죄송합니다. 왕자님. 분명 피오나 왕국의 왕자가 맞다고 했는데… 왕자 옷차림을 한 계집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됐다. 물러가라.”


“이 계집은…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머릿속이 복잡해진 윌리엄은 손사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치 앞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백설은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백설이라는 사실을 밝힐까도 생각했다. 허나 말해도 도무지 믿지 않을 것만 같았고 무엇보다 이 꼴로 백설이라고 말해봤자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


서슬 퍼런 칼날이 백설의 목덜미에 와닿았다. 더는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나중에 수습을 하더라도 우선 어떤 말이든 내뱉어서 이 상황을 벗어나야 했다.


“제 아버지께 들은 이야기온데…피오나 왕국에서 왕자를 숨기고 있다 하옵니다.”


칼 끝으로 백설의 목덜미를 겨누던 사내는 순간 멈칫했고, 돌연 큰 소리로 화를 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왕자님, 이 계집의 말은 들을 것도 없습니다.”


윌리엄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 백설을 바라보았다.


“계속 해 보거라.”


“저를 피오나 왕국 왕자로 둔갑시켜 피오나 왕국으로 데려가 보면 어떠신지요. 만약 제 아버지께서 한 말이 사실이라면 피오나 왕국에서는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하나는 제가 거짓 왕자임을 알면서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온다면 피오나 왕국에서 왕자에 대해 무언가 감추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다른 하나는 제가 피오나 왕자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인데 그러면 피오나 왕국에서는 숨기고 있는 왕자의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소녀를 살려주시면 이 일을 반드시 성사시켜 보이겠습니다.”


아르델 왕국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 생각한 백설은 죽지 않고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고민하다가 친구들마저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를 무모한 이야기를 던지고 말았다.


“오호라…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제법 그럴듯하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구나. 여봐라, 이 계집을 최대한 그럴싸하게 왕자로 꾸며 놓아라.


안 그래도 찔러볼 구실이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스스로 볼모로 잡혀주겠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지.


널 살려주겠다. 다만 피오나 왕국에서 널 살려줄지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


윌리엄 주변에 서 있던 사내들은 하나같이 백설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만류했지만 듣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을 꽤 재미있어하는 눈치였다.


“헌데, 넌 대체 누구냐?”


내뱉은 말을 어찌 수습해야 할지 머리가 새하얘진 백설은 뒤늦게 윌리엄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알고 서둘러 대답했다.


“이븐 왕국…에 샤를 남작 가문의 딸…헤이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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