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각자의 밤
[지난 줄거리]
백설 공주가 납치됐다. 통나무 집에서는 이 사실을 속히 이븐 왕국의 왕비에게 알렸다. 왕비는 백설이 납치될 당시 사내의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통나무 집에 이웃 나라의 왕자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왕자인 줄 알고 납치한 게 여자아이라는 걸 알고 아르델 왕국은 발칵 뒤집혔다. 백설은 어떻게든 위기를 넘기기 위해 자신을 왕자로 변장시켜 피오나 왕국에 보내라는 무모한 말을 꺼낸다.
윌리엄 왕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백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7화 : 각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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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사라졌다니…대체 누가…?”
“시리우스라고 체구가 작고 호리호리한 사내아이입니다. 백설이 사라진 다음 날 아침 편지 하나 남기지 않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가지고 온 물건을 전부 챙겨서 사라진 걸로 봐서는 납치는 아니고 말 못 할 사정이 생겨 떠나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왕비는 시리우스라는 아이가 이웃나라 왕자일 가능성을 염두해 두었다. 신분을 숨기고 있었다면 그 아이는 분명 백설이 어떤 이유로 잡혀갔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백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대로 납치당해서 죽임을 당하는 건 … 혹시나 아르델 왕국에서 백설의 정체를 알아채기라도 하면 그거야 말로 큰일이잖아요.”
레아와 미뉴에트는 불안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였다. 파울은 두 아이의 등을 다독이며 왕비에게 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있을까요? 그 아이를 구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왕비는 침착해야 했다.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자칫 잘못 틀어졌다간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불러올 수 있었다.
아르덴 왕국에 갇혀 있는 백설을 안전하게 빼오는 게 가장 시급했다.
“아르델 왕국에 갇혀있는 공주를 구해오는 일입니다. 그대들이 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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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르델 왕국에서는 윌리엄 왕자가 국왕을 알현하고 있었다.
“저 계집아이 하나로 두 나라를 위협해보겠다는 게냐?”
“이븐 왕국은 곧 결혼 날짜를 앞두고서 계속 공주와 만남을 지리하게 미루고 있는 게 걸립니다. 뭔가 꿍꿍이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피오나 왕국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는 약소국이니 이번에 백설 공주에게 접근한 일을 들추어 마찰을 일으키면 금방 허점이 드러날 것입니다.”
“이번에 일을 그르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네가 3년 전에 일으킨 소란을 기억해라. 두 번의 용서는 없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아르델 왕국이 정복국가로 발돋움하는데 첫 단추가 될 이븐 왕국과 피오나 왕국을 저 윌리엄이 바치겠습니다.”
윌리엄은 국왕 앞에서 머리를 깊이 숙여 예를 다하고 조용히 뒤돌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걸어가는 발걸음 내내 올라오는 분기를 누르지 못하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윌리엄이 나간 자리에 다른 사내가 왕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븐 왕국에 심어 놓은 자들에게 정략결혼은 서두르라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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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는 통나무 집에서 돌아온 날부터 줄곧 신하들에게 붙들려 시달리고 있었다.
이웃 나라 왕자들이 백설 공주를 흠모한다는 소문이 돌아 아르델 왕국이 이븐 왕국을 의심하는 사태를 불러오자 두 사람의 결혼을 서둘러해 버리자고 신하들이 입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왕비님, 공주님을 성 밖에 보내신 지 언 1년이 넘었습니다. 이제 슬슬 성 안으로 불러들여 결혼을 서두르는 게…”
“저 또한 흉흉한 소문도 걱정이 되어 공주에게 일찍 혼사를 서두르라 미리 언질을 준 참이었습니다만 공주가 병세가 심해 당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병환이라니요? 그렇다면 속히 성으로 돌아오셔야 하는 게 아닙니까?”
“길이 만만치 않으니 오는 중에 병이 더 깊어질까 우려됩니다. 완전히 회복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테니 조금 더 말미를 주시지요.”
급히 자리를 뜬 왕비를 뒤로 하고 신하들이 모여서 수군대기 시작했다.
“병세라니…빤히 보이는 거짓을 잘도 지껄이더구만. 어디 어떻게 나오는지 계속 주시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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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피오나 왕국에서는 아르델 왕국으로부터 날아온 서신을 두고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피오나, 이 서신을 보거라! 시리우스가 이븐 왕국의 공주와 정을 통하고 있었다니 이게 대체…”
당황해 말을 잇지 못하는 국왕을 앞에 두고 서신을 읽기 시작한 피오나는 통나무 집에서 있었던 일은 줄곧 감추고 있었기에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아버지,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걸 절대 오해하지 말고 들으셔야 해요. 실은…”
그때 급히 전갈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국왕 폐하, 왕자님이 돌아오셨습니다! 시리우스 왕자님이!”